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플레이오프(PO·5전3승제)가 마운드의 모든 자원을 쏟아붓는 소모전으로 치닫고 있다. 3경기에서 양 팀이 투입한 투수는 모두 36명에 달한다. 핵심 투수들의 체력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앞선 삼성은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1승만 남겨뒀다. 30일 4차전은 양 팀의 마운드 운용 능력이 승부를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양 팀의 마운드 사정은 29일 광주에서 열린 3차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삼성은 6-4로 승리했지만 선발 최원태가 1.2이닝 만에 2실점하고 물러나면서 불펜을 일찍 가동해야 했다. KIA 역시 선발 시라카와 게이쇼가 4.1이닝 만에 강판했다.
앞선 1·2차전을 포함하면 삼성은 3경기에서 투수 15명을 기용했고, KIA는 21명을 마운드에 올렸다. KIA가 삼성보다 6명 많은 투수를 소모한 배경에는 선발진의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제임스 네일(1차전 4.1이닝), 애덤 올러(2차전 4.2이닝), 시라카와(3차전 4.1이닝)까지 선발 세 명 모두 5회를 채우지 못했다. 선발이 긴 이닝을 책임지지 못하면서 불펜에 부담이 집중됐다.
삼성도 마운드 운용에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마무리 김재윤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임시 마무리 중책을 맡은 토종 에이스 원태인의 부담이 커졌다. 원태인은 27일 2차전 9회 등판해 공 22개를 던지며 1이닝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이어 29일 3차전에서는 선발 최원태의 조기 강판으로 6회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1.2이닝 동안 33구를 던져 2안타(1홈런) 2탈삼진 1실점으로 구원승을 챙겼다. 이틀 연속 등판한 만큼 4차전에서 다시 투입할 수 있을지가 삼성 벤치의 고민이다.
왼손 필승조 이승민의 체력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승민은 1차전에서 17구, 2차전에서 20구를 던진 데 이어 3차전에서도 27구를 소화했다. 사흘 동안 3경기에 모두 등판해 총 64구를 던진 것이다. 특히 3차전에서는 7회 2사 후 마운드에 올라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홀드를 챙겼다. 승부처마다 핵심 불펜을 호출해야 했던 삼성으로서는 원태인과 이승민의 회복 여부가 4차전 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KIA는 불펜의 양적 소모뿐 아니라 좌완 투수들의 부진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삼성 타선의 중심인 구자욱과 르윈 디아즈, 최형우가 모두 왼손 타자인 만큼 KIA는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 이의리와 곽도규, 김범수 등 좌완 불펜을 집중적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상대 타선의 좌타자들을 제어해야 할 핵심 카드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의리는 1차전에서 1.1이닝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거뒀지만 2차전에서는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 채 3연속 사사구를 내주고 강판했다. 3차전에서도 7회초 2사 2루 상황에 투입됐으나 구자욱에게 쐐기 적시타를 허용했다. 김범수 역시 2차전에서 최형우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고, 3차전에서는 볼넷을 내준 뒤 아웃카운트 없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곽도규도 1차전과 3차전에서 짧은 이닝만 소화해 확실한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마무리 정해영 역시 세 경기 가운데 두 차례 등판했다. 1차전에서 0.2이닝 동안 18구를 던졌고, 3차전에서는 0.1이닝을 소화하며 5구를 기록했다. 선발진의 조기 강판에 좌완 불펜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KIA는 승부처마다 투수 교체를 거듭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처럼 양 팀의 불펜 소모가 커진 가운데 삼성은 외국인 투수 크리스 페덱에게 시리즈 종료의 중책을 맡겼다. 페덱은 이날 4차전에 선발 등판한다. 정규시즌 선발 로테이션대로라면 나흘을 쉬고 5차전에 나설 일정이었지만, 원태인이 김재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불펜으로 이동하면서 사흘 휴식 후 출격하게 됐다.
페덱에게 이번 등판은 1차전 패배를 설욕할 기회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6일 1차전에서 4.2이닝 동안 94구를 던져 5피안타(2홈런) 2볼넷 5실점으로 무너졌다. KIA를 상대로 정규시즌 2패에 이어 PO에서도 패하면서 상대 전적 3전3패를 기록 중이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에서 KIA전 연패의 사슬을 끊어야 하는 과제도 안았다.
페덱은 1차전 패배 이후 자신의 투구를 일기장에 적으며 재등판을 준비했다. 그는 “팀의 에이스에게 기대하는 것은 마운드에 나가 이기는 것인데, 플레이오프 같은 중요한 무대에서 결과를 내지 못해 무척 속상했다”면서도 “인생은 짧고, 빨리 다음 페이지로 넘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KIA를 상대로 세 차례 모두 패한 사실에 대해 “개인적으로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며 “다시 투수판을 밟을 때는 반드시 조정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페덱의 설욕 의지를 확인했다. 박 감독은 3차전 승리 직후 “페덱에게 4차전 등판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본인도 1차전에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어 복수하고 싶다며 흔쾌히 수락했다”면서 “몸 상태에 문제만 없다면 충분히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