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의 유전자 분석 기업들이 소수민족 감시에 가담했다며 수입을 전면 금지하자, 중국 정부와 해당 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에 이어 생명공학(바이오) 분야로도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번지는 모양새다.
29일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내고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근거 없는 일방적인 괴롭힘”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상무부는 “미국이 ‘인권’과 ‘강제노동’을 핑계 삼아 중국 기업을 부당하게 억누르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치적 조작과 비방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중국 기업들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에 오른 기업들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중국 최대 유전자 분석 기업인 BGI 그룹은 성명을 통해 “어떠한 강제노동에도 관여한 적이 없으며, 인권과 노동 기준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BGI의 계열사인 장비 제조사 MGI 테크 역시 “미국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제재 목록에서 빠질 수 있도록 공식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MGI 테크는 “미국 사업 비중이 크지 않으며 다른 나라에서의 영업활동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BGI 제노믹스, MGI 테크, 선전 BGI 테크놀로지 등 3개 기업을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이 만든 제품은 미국에 들어올 수 없게 됐다.
미국 정부는 이들 기업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탄압받는 소수민족을 추적하고 감시하는 데 쓰인 유전자(DNA) 정보를 모으는 데 협력했다는 점을 제재 이유로 들었다. 마크웨인 멀린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소수민족 감시와 강제노동에 얽힌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돈을 벌게 둘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갈등은 단순한 인권 공방을 넘어 미래 핵심 산업인 ‘바이오 주도권’을 둘러싼 싸움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핵심 안보 자산으로 떠오른 유전자 데이터와 바이오 시장에서 중국의 첨단 기업들을 견제하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허웨이원 중국과세계화센터(CCG)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확실한 증거도 없이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며 “강제노동 방지법을 무기 삼아 중국의 첨단 유전체 기업을 누르고 반중 여론을 만들려는 정치적 속셈”이라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밝혔다.
미·중의 패권다툼 속에 미국의 중국 기업 옥죄기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7월 말에도 중국 기업 40여 곳을 강제노동 관련 제재 명단에 추가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미국 자본이 중국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막는 새로운 규제안을 추진하는 등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