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대 나와도, 박사 학위도 취업 못해”… 취업난에 명문대도 예외 없어

“그래도 서울대 공대인데…졸업하면 취업 걱정은 없을 줄 알았어요.” 

 

31일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김모(27)씨는 최근 구직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이같이 털어놨다. 대학 시절 학점도 3점대 후반으로 준수한 성적을 받았지만 취업의 문턱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았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여러 곳에 지원했지만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졌고 심지어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김씨는 “주변에서는 서울대까지 나왔는데 왜 취업을 못 하느냐고 묻는다”며 “요새는 내가 문제가 있는 건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며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울의 한 고용센터 일자리 정보 게시판. 연합뉴스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높은 학점까지 받으면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다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이른바 ‘취업 프리패스’로 여겨졌던 명문대 출신 구직자들마저 취업난을 호소하면서다. 기업들이 신입사원에게도 실무 경험을 요구하는 추세가 확산하면서 취업의 첫 관문조차 넘기 어렵다는 청년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대에서 이공계 석·박사를 졸업한 이모(34)씨도 비슷한 처지다. 졸업 후 약 2년간 취업을 준비했지만 면접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최근에는 서류 탈락까지 경험했다. 아직까지 실험실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어 생계 걱정은 없지만 잇딴 탈락 소식을 접하며 최근 들어 부쩍 의기소침해졌다. 이씨는 “나름 좋은 대학 학부에 서울대서 석·박사까지 해 취업을 골라갈 줄 았았다”며 “막상 취업에 뛰어드니 제 분야를 뽑는 회사도 적고, 경쟁자들 수준이 모두 높아서 정말 쉽지가 앖다”고 토로했다.

 

실제 청년들이 체감하는 취업시장의 문턱은 높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20∼34세 청년 10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2.9%가 최근 취업시장이 어렵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경력자 중심 채용 가속화’(49.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전년 대비 채용 감소’(49.2%)와 ‘인공지능(AI) 활용 등에 따른 인력 수요 감소’(49.1%)가 뒤를 이었다.

 

신입사원 채용에서도 기존 경력 보유자의 비중은 적지 않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121개사를 조사한 결과, 2024년 대졸 신입 입사자의 28.1%는 이미 다른 직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른바 ‘중고 신입’이었다. 

 

청년 취업난은 고용지표에서도 드러난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6일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4.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29개월 연속 하락세로,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청년층 취업자도 341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4만7000명 감소했다.

 

취업 준비가 길어지면서 청년들의 일상도 달라지고 있다. 자격증 시험과 어학시험, 취업 교육 등에 드는 비용이 쌓이고 경제적 독립과 결혼, 주거 마련 등 인생의 계획마저 뒤로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신입사원을 뽑으면서도 경력을 요구하는 채용 방식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김씨는 “취업하려면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데 정작 그 경험을 쌓을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며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서른 살쯤에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제는 언제 취업할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