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의 지방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재정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숨은 채무까지 합산한 실제 채무 비율이 행정안전부의 재정주의단체 지정 기준을 넘어선 데다, 자체 재원 부족으로 확보한 국·도비 사업마저 차질을 빚거나 반납할 처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전북도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전주시의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2024년 14.78%에서 올해 3월 기준 22.5%로 상승했다. 관리채무액은 6819억원으로, 유형별 다른 시·군 평균인 4.01%를 크게 웃돌았다. 전북도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미반환 국도비 보조금 428억원과 기금 상환 필요액 381억원 등 잠재적 채무를 더하면 실제 채무 비율은 25.5%로 높아진다. 행정안전부의 재정주의단체 지정 기준인 25%를 넘어서는 수치다.
재정 악화는 시정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주시가 올해 안에 집행하지 못해 반납할 수 있는 국비와 도비는 60여개 사업, 2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보조금 지원 예산 10억여원과 전주사랑상품권 관련 예산 42억원도 시비 부족으로 반납 위기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확보한 외부 재원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면 사업 차질은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주시는 또 수소 시내버스 보급 확대를 위해 지난해부터 정부와 전북도로부터 100억원이 넘는 국비와 도비를 확보했지만, 시비를 마련하지 못해 버스 교체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기존 시내버스 30대 이상을 수소버스로 바꿀 수 있는 규모의 예산이지만,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면서 대부분을 반납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대규모 지방채 발행 과정의 재원 조달 검토가 미흡했던 점도 감사에서 확인됐다. 전주시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매입에 2965억원, 기반 시설 구축에 3206억원 등 모두 6171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 없이 실현 가능성이 낮은 단계별 집행 계획을 세웠고, 2025년 재정투자 심사 때는 실제 가용 재원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도 이를 부풀려 재정 건전성 심사를 우회한 사실이 적발됐다.
국도비 보조금 반환금 관리도 부실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주시는 2025년 정산을 마친 국도비 보조금 반환금 589억원 가운데 161억원만 예산에 반영하고, 나머지 428억원은 추가경정예산에 편성하지 않았다.
이 같이 심각한 전주시의 재정 위기는 “예산 폭탄을 떠트리겠다”던 전임 시장의 무분별한 개발 시책 때문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이에 전북도는 전주시에 기관경고를 내리고 재정 건전화 대책과 중장기 채무 관리 계획을 수립해 이행하도록 통보했다.
전주시는 감사 결과에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으며, 객관적인 재정 여건을 반영해 가용재원을 다시 산정하고 사업 우선순위에 따라 투자심사를 진행하겠다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시는 연차별 중장기 채무관리 계획도 마련해 이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