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해 연안국 리투아니아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 2032년부터 병역 적격 청년 남성을 폭넓게 징집하는 보편적 징병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연간 징집 인원은 현재 5000여명에서 약 750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9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공영방송 LRT에 따르면 기타나스 나우세다 대통령은 이날 국가방위위원회 회의 후 이 같은 도입 일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여성은 지금처럼 자원입대할 수 있다. 모든 연령의 성인 남성을 징집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현행 선별적 징집을 청년 남성 대상의 보편적 복무 체계로 확대하는 방향이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인구 감소와 건강상 병역 부적격 판정 등을 고려하면 해마다 약 7500명을 징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입 시기를 2032년으로 정한 것은 늘어나는 병력을 수용할 시설을 마련하고 교관을 양성하기 위해서다. 추가로 필요한 교관은 약 350명이며, 양성에는 3∼4년이 걸린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시행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야당인 조국연합·기독민주당은 연간 징집 정원과 추첨 방식을 바꿔 2030년부터 징집 명단에 오른 남성 대부분이 복무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제안했다. 반면 정부는 군의 수용 능력과 훈련 여건을 고려해 일정을 정했다는 입장이다.
복무 방식도 다양화한다. 정규 군 복무 외에 드론 조종 훈련을 받거나 국경수비대, 소방·구조 업무를 지원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징집병 훈련과 예비군 재훈련이 모두 높은 수준으로 이뤄지도록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투아니아는 2004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한 뒤 한동안 모병제를 운영했으나, 러시아의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선별적 징병제를 재도입했다. 러시아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와 국경을 맞댄 데다 청년 인구 감소로 병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징병 확대를 추진해 왔다.
이번 합의는 보편적 징병제의 도입 목표 시점을 정한 것으로, 실제 시행을 위해서는 관련 법률 정비와 시설·인력 확충이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