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이 20배 차이 나도 집안일은 반반씩 나눠야 할까. 자신은 성과급을 포함해 연봉 8억원, 아내는 4000만원을 받는다는 남편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며 가사 분담 논쟁으로 번졌다.
남편은 인사평가와 승진을 위해 야근이 필요하지만 아내는 집안일을 나누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소득에 따라 가사를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과 맞벌이 부부라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연봉 20배 차이, 야근 한 시간의 가치도 20배일까
남편 주장의 핵심은 야근이 가계소득을 늘린다는 것이다. 야근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성과급이 늘면 가계 전체에 이익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연봉이 20배라고 야근 한 시간의 경제적 가치까지 20배가 되지는 않는다. 야근이 실제 평가와 보상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한 사람이 늦게 퇴근하면 배우자가 그만큼 가사와 돌봄을 더 맡고, 저녁 시간과 휴식이 줄어든다. 이것도 비용이다.
◆맞벌이 여성, 일·가사 합치면 하루 43분 더 길어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9일 발표한 ‘생활시간조사로 본 청년의 혼인 및 자녀 유무별 시간사용 변화’에서 맞벌이 부부의 시간 부담을 볼 수 있다.
2024년 기준 자녀가 있는 25~39세 맞벌이 기혼 남녀의 하루 평균 일하는 시간은 남성 5시간20분, 여성 4시간20분으로 남성이 1시간 길었다. 가사·돌봄 시간은 여성 4시간, 남성 2시간17분으로 여성이 1시간43분 길었다.
일과 가사·돌봄을 합치면 여성은 8시간20분, 남성은 7시간37분이다. 여성이 43분 더 쓴다. 여가시간은 남성 3시간15분, 여성 2시간38분으로 남성이 37분 많았다.
10년 전보다 격차는 줄었다. 자녀가 있는 맞벌이 남성의 가사·돌봄 시간은 2014년 1시간14분에서 2024년 2시간17분으로 늘었고, 여성은 같은 기간 4시간30분에서 4시간으로 줄었다. 남녀 차이는 3시간16분에서 1시간43분으로 좁혀졌다.
세부 항목을 보면 여성의 돌봄 시간은 10년간 2시간으로 같았고 남성은 47분에서 1시간22분으로 늘었다. 여성의 가사시간은 2시간30분에서 2시간으로 줄었다. 자녀가 없는 맞벌이 부부도 여성이 가사·돌봄에 1시간39분, 남성이 1시간5분을 써 여성이 34분 길었다.
소득이 높으면 가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청소와 세탁을 외부에 맡기고 확보한 시간을 업무나 휴식에 쓰는 방식이다. 서비스 예약과 방문 시간 조율, 장보기, 생필품 보충은 누군가 해야 한다.
자녀가 있다면 등·하원과 학교 행사, 병원 진료 일정도 챙겨야 한다. 가사 분담을 논의할 때는 청소나 요리에 드는 시간뿐 아니라 이런 일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부담도 포함해야 한다.
◆청소 맡겨도 끝나지 않는 집안일…가사 분담의 기준, 소득보다 ‘실제 시간’
집안일을 무조건 절반씩 나누는 것이 모든 부부에게 맞지는 않는다. 한쪽이 야근하는 날에는 다른 쪽이 더 맡고, 업무가 한가한 날에는 역할을 바꿀 수 있다. 출퇴근 거리, 건강 상태, 자녀 돌봄 부담에 따라서도 분담은 달라진다.
일주일 동안 각자의 근로·통근·가사·돌봄 시간을 기록하고 휴식시간까지 비교해 보는 방법도 있다. 장보기와 일정 관리에 쓰는 시간도 넣는다. 성과급이나 승진을 위해 한쪽의 가사 부담을 일정 기간 줄이기로 했다면, 그 기간과 이후 역할 조정도 함께 정하는 게 낫다.
가사 분담에 소득 차이를 고려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연봉이 20배 많다고 집안일을 20분의 1만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