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직원에 “애는 남편에게 보라 해”… 법원 “직장 내 괴롭힘”

부하 직원에게 “나한테 설명하려고 하지 마”라거나 “(자녀는) 남편에게 보라고 해” 등의 말을 한 상사의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A씨가 서울시 한 구청장을 상대로 낸 감봉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A씨는 구청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며 부하 직원에게 “나한테 설명하려고 하지 마”, “늦게 왔네? 몇 시에 왔어?”, “(자녀는) 남편에게 보라고 해” 등의 발언한 사실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돼 감봉처분을 받았다.

 

A씨는 부하 직원의 업무지시 불이행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로,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발언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나한테 설명하려고 하지 마’라는 발언은 업무지시가 아니라 직원의 발언 태도를 질책하며 보고나 설명을 차단하는 것으로 업무상 적정 범위를 벗어났다”며 “상대방에게 부당한 압박감이 발생해 업무환경이 위축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A씨의 ‘늦게 왔네? 몇 시에 왔어?’라는 발언은 직원의 지각이나 근태를 문제 삼은 게 아니라 일반적인 출근 시간 이전에 조기에 출근할 것을 기대하며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각 팀의 팀장 보직을 교체할 실질적인 권한까지 있었던 사실에 비춰 보면 이러한 기대나 발언은 발언 상대방인 소속 직원에게 부당한 압박감이 발생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의 ‘(자녀는) 남편에게 보라고 해’ 발언에 대해서도 “정당한 연가 사용을 곤란하게 하고 업무가 아닌 개인 생활에 대한 지시”라고 봤다. 또 “일회성 발언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며 A씨 발언이 지방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징계 과정에서 조사 중 휴가 사용을 강요하거나 적극적 대응을 제한하도록 유도해 방어권을 침해받았다는 A씨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 등이 조사 과정에서 ‘감사과 조사가 끝날 때까지 휴가를 더 사용하고 편안하게 기다리라’는 발언을 했다 하더라도, 이는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 A씨를 안정시키거나 위로하기 위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발언은 그 내용이 부적절한지와 별개로 욕설이나 인격 모독적 발언이라고까지 볼 수는 없어 그 비위의 정도는 약하다”면서도 “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질타가 개인에 대한 압박뿐만 아니라 부서 내 근무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음에도 각 발언을 한 점을 고려하면 A씨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