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만으로 고생한 역사적 인물은 적지 않다. 주된 원인은 과식과 운동 부족이었다. 조선의 왕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종대왕도 그중 하나다. 애민정신과 탁월한 업적으로 존경받지만, 식성만큼은 남달랐다. 소문난 육류 애호가였다. 수라상에 고기반찬이 빠지면 불만을 드러냈다는 기록도 있다. 결국 말년에는 비만과 당뇨로 힘겨워했다.
프랑스의 루이 18세 역시 과식과 운동 부족의 대가를 치렀다. 심각한 비만으로 다리에 부종이 생겨 걷기조차 어려웠다. 영국의 헨리 8세도 대표적인 비만 군주다. 젊은 시절에는 호리호리했지만, 파티와 음주를 즐기면서 체중이 급격히 늘었다. 결국 55세에 생을 마감했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고칼로리 식단에 술과 담배까지 즐겼다. 90세까지 장수했지만 78세에 뇌졸중을 겪는 등 말년에는 비만으로 고통받았다.
비만이 이제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글로벌 제약업계의 핵심 시장으로 부상했다. 국내 시장도 뜨겁다. 2024년 10월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가 출시된 데 이어 미국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국산 신약 에페까지 가세했다. 본격적인 비만약 삼파전이다. 올해 8월까지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처방 건수는 279만건에 육박했다. 지난해 연간 처방량의 두 배를 넘었다. 에페는 첫 4주분 공급 가격을 12만9800원으로 책정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보다 저렴하다. 가격 경쟁이 더해지면서 제약사들의 각축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비만·당뇨 환자를 위한 약이 정상 체중인 사람들의 미용 목적으로까지 확산하며 부작용 우려도 커진다. 지난 6월까지 이상 사례 신고는 2700건을 넘어섰다. 메스꺼움과 구토, 설사 등이 주로 보고됐다. 담낭 질환과 급성 췌장염, 시력 손상 사례도 잇따른다. 약물과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나, 처방 단계 안전장치를 강화하고 의료진 교육과 환자 인식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비만약은 만능이 아니다. 건강한 삶을 만드는 것은 식습관 개선과 꾸준한 운동이다. 하버드대 교수였던 대니얼 리버먼은 저서 ‘우리 몸 연대기’에서 “내 몸을 일구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신은 지금 움직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