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한 상장사 151곳의 명단이 처음 베일을 벗었다. ‘네이밍 앤드 셰이밍’(이름을 공개해 망신을 주는 방식)을 통해 주가 부양에 소극적인 기업을 압박하고 자발적인 가치 제고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일회성 망신 주기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구체적인 계획 이행을 끌어낼 사후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총 1조원 넘는 대기업도 ‘불명예’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시장·업종별 PBR이 하위권에 머문 유가증권시장 96개사와 코스닥시장 55개사 등 총 151개사가 저PBR 기업으로 선정됐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비율로, 1배 미만이면 시가총액이 기업의 청산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이번에 공개된 기업들의 단순 평균 PBR은 약 0.25배로 국내 상장사 평균(약 1.8배)을 크게 밑돌았다.
◆주주환원 기대 속 이행 점검은 과제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대주주 이익을 위해 낮은 주가를 방치하던 관행을 깨고 경영진의 주주환원 노력을 자극할 것으로 보고 있다. KB증권 김준섭 연구원은 “명단 공개의 핵심은 주가를 의식해 경영하는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촉진하는 데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도 밸류업 공시를 중심으로 투자 대상을 판단할 근거가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SK증권 나승두 연구원도 “기업들이 분모에 해당하는 순자산 질을 개선하는 작업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배당 확대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공표 면제를 받기 위해 제출된 계획 중 상당수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한국투자증권 정다솜 연구원은 “특례를 적용받으려면 서식에 맞춰 10개 핵심 지표 준수 현황 등을 상세히 공시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지킨 곳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요소별로 저PBR 요인을 파악해 계획을 세워야 하는 공시 부담이 커 기업들이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미래에셋증권 류제현 연구원은 “향후 순자산가치 할인율 해소에는 단순 공시보다 실제 계획 이행 여부가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래소는 내년부터 151개 전 기업을 대상으로 일대일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해 원인 분석과 목표 설정을 돕는다. 금융위원회도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원칙)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저PBR 기업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이 경영진과의 대화나 의결권 행사 등 적극적인 주주 관여 활동에 나서도록 독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