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에서 세 차례 만난 일본 20대 여성을 살해한 30대 남성의 범행 동기를 놓고 경찰이 성범죄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피의자는 주식 투자 손실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다 범행했다고 주장하지만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이유와 범행 후 도주 경위 등은 규명되지 않았다. 천안서북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구속된 30대 A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진술의 신빙성과 범행 전후 행적을 확인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4시20분쯤 천안시 서북구 두정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20대 일본인 여성 B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미리 준비한 흉기를 가지고 B씨 거주지를 찾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사건 당시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알고 지낸 일본인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신고를 받고 도주 경로를 추적해 이튿날 오전 1시6분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한 숙박시설에서 A씨를 붙잡았다.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지난달 30일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주식 투자로 약 500만원을 잃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결심을 했고 혼자 죽기 두려워 B씨와 함께 죽으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이 범행 당일까지 세 차례에 불과한데도 왜 B씨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함께 숨지려 했다는 주장과 달리 범행 직후 전주까지 달아난 이유, 흉기를 미리 준비한 경위 등도 수사 대상이다. 경찰은 범행 동기에 관한 A씨 진술을 현재로서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보고 있다.
성범죄 관련성도 확인하고 있다. 피살된 B씨는 발견 당시 상체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할 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오전까지 성범죄 정황이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같은 날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성범죄 가능성도 열어두고 다각도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성범죄 발생 여부나 성적 목적이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처음 알게 된 경위도 명확하지 않다. B씨는 지난 9월 한국에서 A씨를 만났고 지난달 중순 단기체류 자격으로 다시 입국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연인 관계는 아니었으며 관련 스토킹 신고 이력도 없다고 설명했다.
A씨가 만남 경위를 진술했지만,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잠겨 있어 경찰은 그의 설명만으로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휴대전화 분석과 부검 결과 등이 범행 동기와 경위를 규명할 단서가 될 전망이다. 일본 TBS와 후지TV 등도 A씨 검거·구속 소식을 잇달아 보도했다. B씨 유족은 지난달 30일 경찰과의 면담에서 A씨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