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첫 현직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앞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12·3 비상계엄 동조 의혹을 정조준하며 대대적인 여론전에 돌입했다. 당내 강경파를 달래고 국민적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 국정조사라는 우회로를 선택한 만큼 탄핵 착수에 필요한 여론 형성에 집중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국정조사를 ‘탄핵 간보기’로 규정하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與, ‘계엄 동조’ 화력 집중
1일 민주당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고된다. 민주당은 이르면 12일 조사계획서를 채택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대상으로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12·3 비상계엄 당시 대법원의 대응 △대법관 재제청 논란 △업무추진비 집행과 현금 격려금 지급 의혹 △김건희 여사 재판 지연 의혹 등 5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 김영진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 공개된 사안으로 국정조사가 가능할지에 대해선 여러 문제 제기가 있다”고 지적했고,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정성호 의원도 “국정조사가 대개 용두사미였다”고 언급했다.
국정조사 과정에서 국면 전환에 실패할 경우 야권이 제기하는 ‘사법부 겁박’ 프레임에 말려들어 중도층 이탈 등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6∼28일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 이용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45%로, 찬성 여론(34%)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野 “탄핵 간보기 중단하라”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국정조사를 ‘대통령 방탄을 위한 사법부 장악 시도’로 규정하며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
김태규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곧바로 탄핵소추를 하자니 역풍이 두렵고, 물러서자니 강성 지지층의 눈치가 보이니 국정조사라는 무대를 세워 탄핵의 간을 보겠다는 속셈”이라며 “국정조사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내건 대법관 재제청 거부, 업무추진비, 증인 선서 거부 문제는 지난달 6일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미 하루 종일 다뤄졌다”며 “조사할 내용도 없다”고 강조했다.
5선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며 12·3 비상계엄 당시 행적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겠다고 한다”며 “내란특검은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고, 2차 종합특검도 새로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각하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주도해 출범시킨 특검의 수사 결과조차 외면하면서 도대체 어떤 결론을 얻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전날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 “민주당이 법을 하나의 통치 수단으로 여기고 사법부를 통치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민주화 세력이라고 말할 자격조차 상실해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2일 의원총회를 열어 국정조사 저지 전략을 포함한 대여 투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와 장외 규탄대회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