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한복판 차 쪽으로 밀더니…“안 미안하냐” 묻자 욕설한 역삼 방화범 [금주의 사건사고]

제주에서 지난달 12일 새벽 40대 여성이 60대 남성에 의해 차량으로 강제로 끌려가는 폐쇄회로(CC)TV 영상. 연합뉴스TV 제공

 

10월 마지막 주에도 전국에서 많은 사건사고가 이어졌다. 제주에서 전 연인을 스토킹하다 살해한 60대 남성의 신상이 공개됐고,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딩 두 곳에 잇따라 불을 지른 방화범의 신상도 내주 공개된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의 부친인 현직 경찰관은 법정에서 증거인멸 의도는 부인하면서도 수사 과정에서 편의를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 제주 前연인 스토킹 살해범은 61세 강성은…경찰, 신상공개

 

제주경찰청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과 특수체포·특수감금미수, 특수주거침입, 현주건조물방화예비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된 강성은(61)의 신상을 지난달 29일 공개했다. 강씨는 지난달 12일 오전 1시38분 제주시 연동의 한 길거리에서 전 연인인 40대 여성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제주 전 연인 보복살해 피의자 강성은(61)의 신상정보가 지난달 29일 공개됐다. 제주경찰청 제공

 

그는 사전에 흉기와 휘발성 물질을 준비하고 A씨 주거지 근처에 숨어 있다가 귀가하던 A씨를 급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의 스마트워치를 뜯어내고 길거리로 끌고 가 자신의 차량에 태운 뒤 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된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강씨가 A씨의 팔을 붙잡고 주차된 차량으로 미는 모습, A씨가 몸부림치며 저항하는 모습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강씨로부터 스토킹과 교제폭력 등을 당해 4차례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씨가 지난해부터 A씨에게 재회를 요구하며 수차례 연락하고,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정황도 확인됐다. 경찰은 강씨에 대해 긴급 임시조치를 하려고 했으나 A씨가 처벌불원 등 사건화를 원치 않아 사전에 조치를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지난 9월 A씨를 설득해 스마트워치를 제공하고 112신고시스템에 등록했지만, 약 한 달 만에 피살됐다.

 

◆ 경찰, ‘역삼 연쇄방화’ 70대男 송치…신상공개 예정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물 2곳에 불을 지른 70대 남성이 지난달 29일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공소청으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29일 70대 남성 B씨를 현존건조물방화치상·살인미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공소청에 송치했다. B씨는 수서서에서 나오면서 취재진에 “경찰서에 특허 사기를 이야기했는데 수사를 안 했다. 이런 경우가 어딨냐, 이런 나라가 어딨냐”고 외쳤다. ‘왜 불을 질렀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그 이야기 그만하라”고 답했고, ‘피해자들에게 미안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영어로 “조용히 하라”며 욕설을 하기도 했다.

 

B씨는 체포된 직후부터 경찰 조사 내내 ‘특허법인에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경찰은 B씨에 대해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만 적용했지만, 그가 방화 직전 특정인을 찾았고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인 사무실 입구에 불을 지른 점 등 불특정 다수의 사망에 대한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살인미수죄를 추가 적용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28일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B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의결했다. 피해의 중대성과 범행 수법의 잔인성이 인정되고 범행 증거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B씨의 신상정보는 오는 3일 오전 9시부터 30일간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B씨는 지난달 20일 오전 11시54분 역삼동 신명빌딩 3층에, 낮 12시1분 인근 한양빌딩 4층에 잇따라 불을 질러 26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후 도주한 B씨는 같은 날 오후 동묘앞역 인근에서 긴급 체포됐으며 지난달 22일 구속됐다.

 

◆ 장윤기父 “착한 아들, 그런 일 저질렀다니 납득 안 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의 부친 장모 경감이 지난달 28일 오후 전남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증인 신문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을 피해 이동하고 있다. 전남광주=뉴시스

 

광주지법 형사12단독 이승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공무상비밀누설·증거인멸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전 광주 광산경찰서 강력팀장 박모(57) 경감 등의 세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5월 장윤기의 여고생 살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주요 증거인 케이블타이가 들어있는 SUV를 장윤기의 아버지 장모(50대) 경감에게 돌려주기로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다.

 

증인으로 출석한 장 경감은 아들 차량에서 혈흔을 닦고 케이블타이 등 물품을 정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증거를 인멸한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장 경감은 “현장 감식을 했고 차량을 돌려주니까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으로 당시 인식했다”며 “그 부분에 대해 숙고하지 못한 것을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경감은 아들의 집에서 훼손된 리얼돌을 본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보통 정상인이라면 굳이 그렇게까지 가슴을 도려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당시 성범죄와의 관련성을 의심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검사가 경찰관 신분 때문에 편의를 받은 것이냐고 묻자 “조금 편의를 봐준 것 같다”고 답했다. 처신이 통상적인 대응이었느냐는 물음에는 “편의를 받은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증인신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던 장 경감은 취재진이 ‘피해자 고(故) 이채원양에게 미안하지 않으냐’고 묻자 “미안하다”고 답했다. ‘증거를 인멸해도 처벌받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그 당시 나도 제정신이 아니었다”며 “그렇게 착한 아들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게 납득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