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 COP17 아쉬운 폐막… “약속 넘어 행동 필요”

각국 생물다양성 목표, 절반 이상 ‘이행 부진’
예레반 경로 합의…2030년까지 이행 가속화
“COP17 성과 불충분… 재원 확보 등 미흡”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열린 제17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7)가 31일(현지시간) 최종 결정문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각국은 2030년 생물다양성 목표 달성을 위해 이행 속도를 높이자는 내용의 ‘예레반 경로’에 합의했다. 다만 목표 달성의 핵심인 재원 확보와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서는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1일 정부 등에 따르면 2022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당사국총회(COP15)에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MGBF)’가 채택된 이후 이번 총회에서 처음으로 전 지구적 이행상황 점검이 이뤄졌다. 이행 점검을 위해 올해 3월까지 129개국 당사국이 생물다양성 보전 목표에 대한 정책 성과를 담은 국가보고서를 제출했다.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열린 제17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7)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폐막했다. AFP

결과적으로 점검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각국이 자체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국가별 생물다양성 보전 이행 목표 가운데 이행이 순조롭게 진행 중인 과제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재원과 기술 등 이행수단의 부족이 목표 달성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로 지목됐다.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의 대표적 목표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상과 해양의 최소 30%를 보전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한국 역시 2025년 기준 자연공존지역(OECM)을 포함한 보전지역 비율이 육상 약 18%, 해양·연안 약 2%에 그쳐 목표 달성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이처럼 저조한 이행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당사국들은 이번 총회에서 ‘예레반 경로’에 합의했다.

 

예레반 경로는 새로운 생물다양성 보전 목표를 설정하기보다는 기존에 합의한 2030년 목표의 이행을 가속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구체적으로 국내외 공공·민간 재원 동원을 확대하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술·과학 협력과 역량 강화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제적인 연합체와 이니셔티브의 활용 및 신규 설립을 장려하고 지방 정부와 지역공동체, 여성·청년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다만 이번 합의만으로는 목표 달성을 가로막는 재원 부족과 이행 격차를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이날 폐막 성명을 통해 “이번 총회에서는 전 세계 생물다양성 목표의 이행 상황을 처음으로 종합 점검했다”며 “그 결과 전 세계가 2030년 생물다양성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궤도에 올라 있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COP17은 여러 중요한 분야에서 진전을 이뤘지만 그 성과는 이행 격차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수준과 이행수단에 충분히 미치지 못했다”며 “특히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고 각국의 약속을 현장의 실질적인 행동으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데 여전히 상당한 과제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열린 제17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7)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폐막했다. AFP

안 람브레흐츠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생물다양성 정책 전문가도 “예레반에서 이뤄진 정치적 약속들은 좋은 의지를 보여주지만 그것만으로는 이행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을 제거할 수 없다”며 “부족한 재원, 재정 및 부채 제약, 자연에 해로운 보조금의 시급한 개혁 등이 대표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자연에서 얻은 자원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면서도 자연 보호에는 거의 기여하지 않고 있다”며 “그 사이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생물다양성 위기의 영향을 고스란히 감당하도록 내버려 두는 일이 용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은 “COP17의 진정한 유산은 궁극적으로 현장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는지에 따라 평가될 것”이라며 “각국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내놓은 약속을 자국 내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