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대란에도 꼿꼿한 애플…빅테크 CEO 줄 방한 속 '나홀로 패싱' [반도체 투자 리포트]

인공지능(AI)발 메모리 반도체 품귀가 이어지면서 세계 거대기술기업(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2달에 한 번 꼴로 ‘메모리 강국’인 한국을 찾은 가운데, 세계 최대 메모리 구매처 중 하나인 애플의 수장은 아직 한국을 찾지 않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한국을 찾은 글로벌 AI·반도체 기업 CEO는 5명이다. 방문 횟수는 모두 6차례다. 2달에 한 번꼴로 빅테크 CEO들이 한국을 찾은 것이다.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폰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포문은 리사 수 AMD CEO가 열었다. 수 CEO는 3월 2014년 CEO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방한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삼성전자·네이버 경영진과 잇따라 만났다. 이 방문을 계기로 삼성전자는 AMD AI 가속기에 들어갈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우선 공급사로 지정됐다. 4월에는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10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허사비스 CEO는 4대 그룹 총수를 연달아 회동하며 메모리 공급방안 등을 논의했다. 같은 달 ‘유럽의 오픈AI’로 불리는 미스트랄 AI의 아르튀르 멘슈 CEO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방한 일정에 맞춰 한국을 방문했다. 6월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대만 컴퓨텍스 일정을 마치자마자 서울로 날아왔다. 황 CEO는 방한 기간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잇따라 만났다. 마지막 날에는 삼성전자·SK·현대차·LG·네이버 본사와 서울대 연구소를 하루에 모두 도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지난달에는 두 명이 한국을 찾았다. 먼저 리사 수 CEO가 7개월 만에 다시 와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장(부회장)과 마주 앉았다. 이어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지난해 10월 이후 약 1년 만에 방한했다. 올트먼 CEO는 지난달 31일 경기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삼성전자와 금융·바이오 계열사 사장단 50여 명을 만났다. 같은 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오찬 회동도 했다.

 

빅테크 CEO들 상당수는 한국과 AI 협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반도체 공급에 중점을 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적극 찾았다.

 

이들과 달리 메모리 최대 구매처 중 하나인 애플은 한국을 찾지 않고 있다. 애플이 메모리 부족을 피한것도 아니다. 가애플은 지난 6월 25일(현지시간) 맥북 가격을 100~300달러, 아이패드 가격을 100~200달러 올렸다. 국내에서도 맥북 네오가 99만원에서 119만원으로 올랐고, 맥 미니 256GB는 연초 89만원에서 134만9000원이 됐다. 

 

그런데도 애플이 택한 길은 서울이 아니었다. 존 터너스 애플 CEO는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부족을 ‘절대적인 위기’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중국산을 포함한 모든 공급 선택지를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애플의 기존 메모리 공급사는 마이크론·삼성전자·SK하이닉스다. 하지만 애플은 현재 중국 창신메모리(CXMT) 칩 도입을 검토 중이다. 터너스 CEO는 9월1일 취임한 이후 아직 방한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갑' 지위를 배경으로 꼽는다. 애플은 지난 10년간 공급망 시장에서 ‘갑 중의 갑’으로 통해왔다. 부품사가 먼저 찾아오는 구조에서 수장이 직접 공급사를 찾아 나설 이유가 적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그동안 저장용량 옵션으로 높은 마진을 챙겨온 애플이 가격 인상의 피해자를 자처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간도 애플 편이 아니다. SK하이닉스는 HBM·D램·낸드 생산능력이 내년 물량까지 사실상 모두 소진됐다고 밝혔다. 신규 공장 증설분이 양산에 들어가는 시점은 빨라야 2027년 하반기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