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희가 던진 ‘잠실의 주인’ 논쟁…SK 전희철은 웃고, 삼성 김상식은 자성

SK 전희철 “3쿼터까지 퍼펙트”…패스 길목 차단하고 속공 연결
리바운드 앞선 삼성, 턴오버는 14개…외곽 기회도 제대로 못 살려
오재현 22점·7리바운드 맹활약…“이관희 형이 계속 인터뷰하면 전승?”

[잠실=권준영 기자] 서울 SK와 서울 삼성의 올 시즌 첫 ‘S더비’를 앞두고 코트 밖에서 먼저 불이 붙었다. 삼성 이관희가 “잠실의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주겠다”며 던진 도발에 SK 선수들의 승부욕이 자극됐다. 경기 결과는 SK의 90-76 승리. 전희철 SK 감독은 준비한 수비가 제대로 통했다며 자신감을 보였고, 김상식 삼성 감독은 상대의 압박에 밀린 선수들의 경기력을 돌아보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프로농구 서울 SK 오재현이 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6~2027시즌 정규리그 서울 삼성과의 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재현은 이날 22점·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농구연맹(KBL) 제공
프로농구 서울 SK 전희철 감독이 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6~2027시즌 정규리그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코트를 바라보며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농구연맹(KBL) 제공

전희철 감독은 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3쿼터까지는 준비한 대로 거의 퍼펙트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상대의 공격 동선과 패스 방향을 분석해 수비에서 공의 흐름을 끊고, 이를 빠른 공격으로 연결하려던 계획이 효과를 거뒀다는 설명이다.

 

전 감독은 선수들의 수비 집중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 어디로 패스할지 미리 읽고 패스 길목에서 공을 건드리는 디플렉션이 잘 나왔다. 동료가 수비에 나가면 뒤에서 커버해 주는 움직임도 좋았다”면서 “수비에서 공을 끊어낸 뒤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하면서 상대에게 쉬운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SK의 승부 근성도 강조한 전 감독은 “우리 팀은 ‘강강약약’”이라며 “연승하는 팀은 잘 끊고 연패하는 팀에는 잘 지는 경향이 있다. 오늘 상대는 강팀이었기 때문에 선수들의 집중력이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잠실학생체육관의 주인은 우리라는 걸 보여줬다”며 라이벌전 승리에 의미를 부여했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 김상식 감독이 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6~2027시즌 정규리그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코트를 바라보며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농구연맹(KBL) 제공

반면 김상식 감독은 패배 원인을 상대의 스피드와 강한 압박에서 찾았다. 김 감독은 “SK의 스피드에 밀리면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며 “상대가 준비한 것에 많이 말렸고, 기싸움에서도 밀렸다”고 돌아봤다.

 

경기 기록에서도 두 팀의 차이는 드러났다. 삼성은 리바운드에서 44-38로 앞섰지만 턴오버는 14개로 SK(7개)의 두 배였다. 김 감독은 “상대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파워 있게 수비하는데 선수들이 밀려다니다 보니 턴오버가 쏟아졌다”며 선수들이 압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공격 전술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점도 짚었다. 김 감독은 케렘 칸터와 크리스 맥컬러 쪽으로 수비가 몰리면 외곽에 기회가 생길 것으로 예상해 선수들에게 이를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수들이 빈 공간을 활용하기보다 골밑으로 공을 보내는 데 치중했다는 것이다. 그는 “분명히 외곽 찬스가 많이 날 거라고 얘기했는데 계속 안쪽만 봤다”며 준비한 공격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김 감독은 개막 9연승 뒤 첫 패배가 선수단의 분위기 저하나 연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너무 이기다 보니 선수들이 조금 안주할 수 있다”며 “이기든 지든 끝까지 악착같이 해야 하는 팀이다. 부족했던 부분을 짚고 계속 위기의식을 갖고 경기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프로농구 서울 SK 오재현이 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6~2027시즌 정규리그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농구연맹(KBL) 제공

이날 22점·7리바운드를 기록한 SK 오재현은 삼성 이관희의 발언이 선수단에 미친 영향도 전했다. 신경전의 시작은 지난달 30일 삼성의 고양 소노전 승리 직후였다. 개막 9연승을 달성한 이관희는 SK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잠실의 주인을 가리는 경기”라며 “진정한 잠실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실히 보여주고 오겠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잠실학생체육관을 홈으로 사용한 SK 선수들에게는 자극이 될 만한 발언이었다. 삼성은 기존 홈구장인 잠실실내체육관이 종합운동장 일대 개발로 철거되면서 올 시즌부터 잠실학생체육관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오재현은 “처음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관희 선수의 인터뷰를 코치님들이 영상으로 보여줬다”며 “그걸 보고 선수들의 전투력이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다. 자밀 워니, 아이제아 힉스와의 호흡에 대해서는 “평소 워니, 힉스와 워낙 친하게 지내다 보니 눈빛만 봐도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삼성과 남은 맞대결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이관희 형이 계속 그렇게 인터뷰해 주면 우리가 전승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받아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