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뒤 연금까지 3년 공백…일자리, 임시·일용직에 내몰려

공백기 소득이 정년 전 절반 아래로 준 가구 72.5%는 적자
연구진, 정년 연장·부분연금제·가입상한연령 연장 제언
뉴시스

국민연금 받는 나이가 늦춰지면서 60세 정년 뒤 연금을 받기까지 소득이 비는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난 가운데, 이 기간 60세 넘어 새로 구한 일자리는 열에 여섯이 임시·일용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백기 소득이 정년 전의 절반 아래로 떨어진 가구는 씀씀이를 크게 줄이고도 열에 일곱이 적자를 봤다.

 

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달 21일 공개한 연구보고서 ‘중고령층 소득공백(Income Crevasse)의 현황과 대응 방안’(정해식·류재린·이다미·한겨레)에 따르면 국민연금 노령연금 지급연령은 1998년 1차 연금개혁에 따라 2013년 61세를 시작으로 2033년 65세까지 5년에 1세씩 늦춰지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 가입 대상 연령은 60세 미만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지급연령이 63세인 1961∼1964년생은 60세부터 62세까지 3년 동안 의무 가입 대상도 아니고 연금도 받지 못하는 ‘제도적 공백기’를 지난다.

 

특히 1965∼1968년생은 64세, 1969년생부터는 65세에 연금을 받기 시작해 공백은 더 길어진다.

 

◆ 60대 초반, 일해서 버틴다

 

60∼64세 경제활동참가율은 2011년 57.0%에서 지난해 66.7%로 올랐다. 같은 기간 이 연령대 취업자 가운데 임금근로자 비율도 49.4%에서 66.2%로 높아졌다. 연구진은 공백기를 넘기는 핵심 수단이 일자리 참여라고 봤다.

 

다만 일하는 사람의 비율은 정년 전보다 낮아졌다. 1961∼1964년생의 공백기 고용률은 66.5%로 정년 전(55∼59세) 73.8%보다 7.3%포인트 낮았다.

 

이 기간 취업자 가운데 상용직 비중은 46.2%에서 41.4%로 줄고 임시·일용직은 21.2%에서 24.8%로 늘었다. 연구진은 공백기 고용 감소가 주로 상용 임금근로에서 빠져나온 데서 생겼다고 해석했다.

 

분석은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가계동향조사 등을 출생연도 집단별로 묶어 생애 단계마다 견준 것으로, 같은 사람을 따라간 자료는 아니다.

 

◆ 다시 구한 일자리는 임시·일용직

 

일자리의 질은 60세 전 일자리에 남았는지에 따라 갈렸다. 1961∼1964년생 공백기 취업자의 20.5%는 60세 이후 새 일자리를 구한 재진입자였다.

 

이들의 61.3%는 임시·일용직이었고, 임금근로자 가운데 정규직 비율은 22.1%에 그쳤다. 60세 이전부터 다니던 일자리에 남은 사람의 정규직 비율(59.0%)과 견주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저임금 일자리 비중도 재진입자는 35.0%로 기존 일자리에 남은 사람(20.7%)보다 높았다. 보고서는 새로 들어가는 일자리의 주된 고용형태가 한시적·시간제였고, 공백기 근로는 시간을 줄인 재진입 근로가 중심이었다고 분석했다.

 

◆ 씀씀이 줄여도 열에 일곱은 적자

 

가구 살림도 일해서 번 돈에 기댔다. 1961∼1964년생 가구의 공백기 월평균 근로·사업소득은 447만8000원으로 경상소득의 83.0%를 차지했다.

 

가구주가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난 자리를 배우자의 노동 참여 같은 가구 안의 다른 장치가 메우는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공백기 소득이 정년 전(55∼59세) 중위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게 떨어진 가구는 1957∼1960년생이 17.2%, 1961∼1964년생이 15.6%였다.

 

이들 가구는 외식·숙박, 오락·문화, 옷·신발처럼 미룰 수 있는 재량지출을 월 21만3000원(가구원 수 균등화 기준)으로 줄였다. 소득이 유지되거나 늘어난 가구(61만6000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도 두 세대를 합친 이 집단의 72.5%가 적자 가계였다. 1961∼1964년생만 떼어 봐도 70.2%였다. 소득이 유지·증가한 가구 가운데 적자인 곳은 23.4%였다.

 

◆ 당겨 받을 연금도, 헐어 쓸 자산도 넉넉지 않아

 

공백기를 메우도록 마련된 제도는 소득이 넉넉한 쪽에서 더 잘 작동했다. 공백기에 공적연금을 받는 가구 비율은 소득이 유지·증가한 가구가 26.5%, 절반 아래로 떨어진 가구가 18.1%였다.

 

받는 가구의 월평균 공적연금액은 각각 191만8000원과 52만7000원으로 약 3.6배 차이가 났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연금을 당겨 받으려면 당겨 받을 연금이 많아야 하고, 이는 곧 두터운 가입 이력이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감액을 감수하고 연금을 앞당겨 받는 조기노령연금 신규 수급자는 2014년 4만257명에서 2024년 11만2031명으로 늘었는데, 이 가운데 가입 기간 20년 이상인 사람의 비율은 같은 기간 남성이 47.4%에서 77.2%로, 여성이 16.2%에서 34.7%로 높아졌다.

 

연구진은 “조기연금이 가입 이력이 두터운 집단의 선택지로 바뀌고 있다”고 봤다.

 

퇴직연금도 사정은 비슷하다. 2023년 60∼64세 퇴직연금 수급자는 5만9000명으로 이 연령대 인구의 1.4%에 그쳤다.

 

자산도 당장 쓰기 어려운 형태였다. 2025년 기준 가구주가 60∼62세인 가구는 자산의 72.6∼75.4%가 부동산이었다. 공백기 진입 전후로 자산을 줄이거나 빚을 늘리는 뚜렷한 흐름도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어려움이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가구가 자산 처분보다 일과 지출 조정으로 공백기를 지나고 있고 취약한 가구는 줄일 자산 자체가 적을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 연금 지급연령에 맞춰 정년도 늘려야

 

연구진은 이처럼 공백기를 버틸 수단을 갖지 못한 취약층을 ‘연금이 놓고 간 세대’라고 이름 붙였다.

 

일을 계속할 조건과 능력, 충분한 연금 이력, 자산 여력이 있는 사람에게 공백기는 완만한 내리막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대응 수단이 제한적이고 그 어려움이 기존 제도에서 충분히 포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연금 지급연령 조정에 맞춰 정년 연장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정년 연장 논의가 65세까지 이르지 못하더라도 공백이 더 길어지지 않도록 일정 수준에서라도 정년을 조정하고, 정년제 밖의 중소기업·비정규직에는 재고용을 포함한 고용 기간 연장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국민연금은 소득 파악이 쉬운 사업장가입자부터 가입상한연령을 단계적으로 늘려 공백기에 일하는 사람을 연금제도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봤다.

 

필요한 기간에 필요한 만큼만 받는 부분연금제를 도입하고, 연금액이 건강보험료·기초연금 감액과 맞물려 수급 선택이 왜곡되지 않도록 제도 간 연계도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60세 이상 실업자의 구직급여 수급 제한 사유 가운데 비자발적 사유를 줄이고, 원칙적으로 65세 이상이 대상인 노인역량활용사업의 참여 기준을 넓혀 정년 이후 연금 수급 전까지의 가교 일자리로 쓰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밖에 국민연금공단의 노후준비 진단·상담을 앞당겨 실시하고 의무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