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민참여 모범' 해상풍력, 주민 몫으로 이자 냈다…‘위법’ 자문에도 4개월 넘게 손 놓은 정부

로펌 3곳 모두 "법 위반"
주민 몫 수익서 이자 7% 선공제
공단 "절차 진행 중"
기후부 "문제 있으면 개선"
한림 "주민과 약정…당국과 협의 중"

정부가 재생에너지 ‘주민참여 우수사례’로 꼽은 제주한림해상풍력이 주민에게 돌아가야 할 수익으로 회사채 이자를 충당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다섯 달 전 복수 로펌에 적법성을 자문해 모두 ‘위법’ 판단을 받았다. 다만 여태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일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이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 6월 로펌 3곳에 한림해상풍력의 주민참여 이익공유 수익배분 구조의 적법 여부에 대해 질의했다. 3곳 모두 신재생에너지법 등 위반이라고 회신했다. 

정부가 주민참여 우수사례로 제시한 제주한림해상풍력이 주민 몫 REC 수익으로 회사채 이자를 충당하고 로펌 3곳이 위법 판단을 내린 사안을 형상화한 이미지. 인공지능(AI) 플랫폼 ‘세계온(SEGYE.On)’으로 생성

한림해상풍력은 제주 한림읍 앞바다에 5.56㎿ 해상풍력발전기 18기를 설치한 단지로 지난해 2월 종합 준공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 5월 발표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이 사업을 해상풍력 주민참여 우수사례로 제시하며 표준 모델화해 유사 사업에 활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전기를 전력시장에 팔아 돈을 버는 동시에 발전량에 비례해 발급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발전공기업 등 공급의무자에게 팔아 수익을 거둔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주민 참여를 늘리기 위해 주민 투자 비중이 4% 이상이면 0.3 가중치를 더해 REC를 추가 발급해주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법은 이렇게 추가된 수익을 지역 주민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림해상풍력은 인근 마을 주민법인 3곳이 2023년 12월20일 회사채 300억원 상당을 사들이는 식으로 사업에 참여했다. 주민이 회사에 300억원을 빌려준 셈이다. 총사업비의 약 4.8% 수준이다. 조건이 충족돼 0.3만큼 추가 가중치가 반영돼 REC가 계속 발급돼왔다.

제주한림해상풍력 발전단지 전경. 루트에너지 제공

문제는 이걸 나누는 방식이다. 한림해상풍력은 주민법인 3곳으로부터 돈을 빌린 데 대해 연 7% 이자를 줘야 한다. 그런데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주민법인 3곳과 체결한 계약에서 이 이자를 ‘지역주민 제공’ 용도로 추가 발급된 REC 수익에서 먼저 떼도록 했다. 이자를 뺀 나머지를 ‘이익공유’ 명목으로 추가 지급한 것이다. 

 

원래 빌린 돈의 이자는 회사가 ‘사업수익’으로 내야 하는 비용이지만 주민에게 돌아가야 할 몫으로 메운 셈이다.

 

A로펌은 이와 관련해 “가중치로 인한 수익금에서 사채이자를 지급하는 건 지역주민에 대한 수익 제공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B로펌은 “국민의 전기요금으로 발전사업자의 사적 금융비용을 사실상 대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했다. 결국 발전공기업의 REC 구매 재원은 전기요금 중 기후환경요금에 반영된다.

 

로펌 3곳 모두 ‘위법’ 판단을 내렸지만 여태 당국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로펌에 자문을 구한 공단 측은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만 했다. 소관 부처인 기후부 측은 “문제점이 확인되면 개선책을 낼 것”이라고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로펌 의견서 토대로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당사자인 한림해상풍력 측은 문제가 된 수익배분 구조가 “주민 측과 자체 약정서를 마련해 진행한 사안이다. 내부적으로 문제 제기가 있거나 한 상황이 아니다”라면서도 “(이 사안과 관련해) 기후부·공단과 협의 중”이라고 했다.

 

이용우 의원은 “주민에게 돌아갈 수익을 발전사업자의 금융비용으로 사용한 것은 주민참여 제도의 취지를 훼손한 것”이라며 “정부는 수익배분 실태를 점검하고 주민의 정당한 이익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