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한 달간 세계일보가 선보인 기사 중 ‘한국 힙합 30년, 홍대에서 BTS까지’가 정치·사회 현안에 집중됐던 탐사보도의 틀을 벗어난 시도와 공들인 취재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세계일보 제1기 독자권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이민규 위원장(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명예교수 겸 나가사키대 방문교수)의 사회로 제7차 회의를 갖고 10월 지면을 평가했다. 탐사보도와 함께 ‘韓 해상풍력 ‘트릴레마’’, ‘가장 가까운 가해자, 관계성 범죄’, ‘유인, ‘공짜 비행기’에 탄 청년’ 등이 의미 있는 기획기사로 꼽혔다.
반면 기획기사에서 특정 성별이나 이해관계자의 목소리에 치우치지 않도록 취재원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육·노동 등 일부 분야에서는 현장 목소리와 정책 당국의 반론을 보강하고, 독자 눈높이에 맞춰 용어와 편집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회의에는 이 위원장을 비롯해 김용상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윤지로 클리프 대표, 조영석 한국PR협회장,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이 참석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서면으로 의견을 냈고, 세계일보에서는 우상규 편집국 부국장이 참여했다.
◆한국 힙합 역사·풍력 발전 정책 조명한 기획 호평
위원들은 ‘한국 힙합 30년, 홍대에서 BTS까지’가 탐사보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의 사회·정치 현안 중심에서 벗어나 대중문화의 역사와 변화를 탐사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참신했다는 평가다. ‘韓 해상풍력 트릴레마’와 ‘가장 가까운 가해자, 관계성 범죄’ 역시 개별 사건이나 정책을 넘어 그 이면의 구조와 제도적 문제를 짚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윤지로 위원=“‘한국 힙합 30년, 홍대에서 BTS까지’는 예고편부터 굉장히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신문사에서 이런 주제로 기획을 할 수 있나 싶었다. 영상도 모두 봤는데 취재에 굉장히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게 느껴졌다. 다만 힙합 팬이 아닌 독자의 입장에서는 왜 힙합을 이야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조금 부족했다. 힙합이 K팝을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어떤 문화적 자양분이 됐는지, 다양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 등 힙합만의 고유한 의미를 더 깊이 다뤘다면 좋았겠다.
탐사기획 ‘학습데이터 부적절 수집’은 인공지능(AI) 기업에서 학습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헌책방을 찾는다는 주제가 흥미로웠다. 외국 기업들이 그렇게 한다는 기사는 종종 봤지만,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카더라’가 아니라 실제 취재해서 확인했다. 1만권 이상 보유한 수도권 헌책방을 전수 조사하고, 주문 목록을 단독 입수하고 했던 내용이 굉장히 흥미롭다. 취재도 열심히 발품 팔았다는 것이 보여 재밌게 봤다.”
조영준 위원=“韓 해상풍력 ‘트릴레마’는 보급 확대와 비용 하락, 공급망 육성이라는 세 가지 정책 목표가 서로 부딪히는 구조를 해상풍력 정책을 통해 보여준 점이 의미 있었다. 중국 터빈의 가격 경쟁력과 국내 산업 육성의 어려움을 정부와 개발사, 터빈 제조사 입장으로 나눠 보여준 점도 좋았다. 다만 해상풍력 사업에서 중요한 주민 수용성과 어민들의 피해 보상 문제, 바다를 이용하는 지역 주민의 목소리도 더 다뤄졌으면 좋겠다.
‘가장 가까운 가해자, 관계성 범죄’ 기획은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에 따라 사건을 종결하는 수사 관행과 피해자 보호조치의 공백이라는 제도적 문제를 개별 사건의 비극과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보호조치 이력 사건 6건을 분석하고, 처벌 불원 종결과 보호조치 미작동이 반복되는 구조를 보여줬다. 유족을 단순한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제도 개선을 이끄는 주체로 그린 점도 인권 보도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민규 위원장=“‘유인, ‘공짜 비행기’에 탄 청년’ 시리즈에 관심이 갔다. 1년 전 캄보디아 유인 감금 서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판결문 214건과 피고인 380명을 분석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1년 전 이슈가 됐고, 지금은 없어졌다고 하는데 과연 없어졌을까라는 의문을 준다. (조직의) 몸통은 잡히지 않고, 추징과 배상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 점을 짚은 것이 이 기획의 가장 큰 성과다. 이 문제를 단순히 자극적 문제로 보지 않고 우리 사회 청년 취업 문제까지 깊이 있게 봤다.
‘넷플릭스 상륙 10년 ‘명암’’ 시리즈는 넷플릭스 상륙 10년을 맞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문제를 다뤘다. 반기마다 나오는 넷플릭스 시청 현황 보고서 7개를 직접 분석해 구체적인 수치를 만들었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오리지널 드라마 편성 수와 넷플릭스 한국 매출·본사 지급액 도표를 제시해 ‘성장’ 서사에 제동을 걸었다. 두 날의 지면에서 독자는 ‘넷플릭스 덕분에 세계로 나갔지만 제작 생태계는 의존과 쏠림에 놓였다’는 큰 줄거리를 얻는다. 매절 계약과 정당보상청구권처럼 업계 안에서만 오가던 쟁점을 일반 독자가 읽을 수 있는 말로 풀어 준 점도 높게 평가한다.”
◆현장 목소리 담은 기사와 제도 변화 보도 호평
‘검찰청 폐지, 마지막 人터뷰’는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7명의 검사들과 인터뷰해 관련 제도 변화와 예상되는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회의원들의 자극적인 발언과 쇼츠 경쟁을 통해 국정감사의 문제점을 짚은 기사에 공감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칼럼과 오피니언에선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의 칼럼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용상 위원=“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세계일보가 할 수 있는 보도는 대부분 잘했다고 생각한다. ‘검찰청 폐지, 마지막 人터뷰’에서 검사 7명과 인터뷰한 것도 관심 있게 봤다. 제도 변화에 따른 문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검사들의 목소리뿐 아니라 일반 국민이 겪게 될 사건 처리 과정의 변화와 경찰·중수청 간 사건 이관 문제 등을 더 구체적으로 다뤘으면 좋겠다. 19일자 ‘쇼츠 공장 된 국감’은 국회의원들이 국민 전체가 아니라 자신을 지지하는 특정한 청중에게만 집중하는 현실을 잘 보여줬다. 다만 자극적인 발언을 한 의원들을 계속 언론이 노출하면 오히려 그들의 주목도를 높이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묵묵히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사람들을 조명해야 한다. 문제를 지적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언론이 어떻게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했으면 좋겠다. 칼럼에선 ‘한국에 살며’에 실리는 한국 거주 외국인 필자들의 칼럼 수준이 높아졌다. 흐뭇한 변화다.”
조영준 위원=“27일자 ‘AI에 밀려… 청년층 정규직 진입 장벽 높아져’와 28일자 ‘정부 지출·반도체 편중 성장 그늘… 소비는 4년 만에 뒷걸음’은 성장의 성과가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반도체 중심의 경제성장과 민간 소비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불균형을 짚은 점이 좋았다. 앞으로도 경제성장의 숫자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성과가 국민의 삶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계속 살펴야 한다.”
조영석 위원=“8일 이정모 전 관장의 ‘몸 없는 지능은 없다’는 인공지능(AI) 뒤에 전기와 물이 소비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AI 시대에 필요한 또 다른 자세를 생각하게 했다. 20일 조홍식 교수의 칼럼은 국제면 외신 기사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독일의 관점을 제시해 독자의 시야를 넓혔다. 23일 음악 칼럼(‘삶과 문화’ 코너)은 읽고 나서 오페라와 뮤지컬을 보고 싶게 만들 정도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세계일보가 좋은 필진을 발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안진걸 위원=“신문의 첫 얼굴은 헤드라인 및 사이드톱이겠지만, 진짜 얼굴은 사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중요하고 언론사가 지녀야 할 책임감도 막중해야 한다. 최근 중수청의 준비 부족과 법무부·경찰청 수장의 장기공백을 지적하는 사설, 일본의 정치개혁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사설이 좋았다. 보통 극우층이나 강경보수층, 반정치층 일부에서는 무조건 국회를 공격하고 의원정수를 축소하자고 한다. 하지만 세계일보는 의원정수 축소가 능사가 아니라 지적하면서 지나친 특권 축소, 신인과 소수당에 대한 배려, 소선거구제 개선 등을 제시했다. 관건은 일 잘하고 유능한 국회라는 점을 아주 잘 짚었다.”
◆취재원 균형·편집 정확성 개선해야
‘한국 힙합 30년, 홍대에서 BTS까지’ 기획은 호평 받았지만 여성 래퍼와 미성년자 등 취재 대상의 다양성과 보호 문제도 제기됐다. 힙합계의 성별 구조와 여성 래퍼의 경험을 충분히 다뤘는지 돌아보고, 미성년자 정보 공개 동의 여부를 확인하고 사생활을 다룰 때도 보호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부 기획기사에서는 취재원과 관점의 균형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민규 위원장=“‘한국 힙합 30년, 홍대에서 BTS까지’에서 설문 응답자 85%가 남성이고 주요 인터뷰 대상 4명도 모두 남성이었다. 힙합이 남성만의 문화는 아닌 만큼 여성 래퍼의 경험과 힙합계의 성별 구조도 다룰 필요가 있었다. 또 10대 오디션 참가자의 실명과 나이를 공개한 부분은 미성년자 동의를 받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와 가족의 소득·부채 등 민감한 내용을 다룰 때도 당사자 보호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 14일자 기사에서 ‘지역에 남을 이유 없어’라는 제목은 조사 응답자의 49.1%가 지역에 남아 있다는 결과와 대치되는 측면이 있다. 부산·대구·광주·의정부 등 47명의 사례를 근거로 전국적인 현상처럼 일반화하기보다는 취재한 지역에 한정해 표현할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 상륙 10년 ‘명암’’ 시리즈에선 첫회 제시한 콘텐츠 시청시간 표기가 191억 시간(1면)과 121억 시간(2면)으로 나오는데 정의가 다르다는 설명이 없다. 또 하편 도표에는 넷플릭스 한국 매출의 약 81%가 해마다 미국 본사로 지급된다는, 이 기획에서 가장 무거운 숫자가 있지만 본문에는 나오지 않는다.”
조영석 위원=“‘韓 해상풍력 ‘트릴레마’’에서 국내 기업 사례들로, 비중이 한쪽으로 쏠려 있는 느낌이 있었다.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들을 어떻게 균형 있게 다룰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자 한 명이 기사를 모두 작성하는 경우 취재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편향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복수의 기자가 나눠 취재하는 방식도 고려했으면 좋겠다. 심층기획 ‘학습데이터 부적절 수집’은 제목에 ‘부적절 수집 논란’이라고 제목을 붙였지만 실제로 부적절한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법적으로 금지된 행위인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수상한 수집’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했을 수 있다.”
윤지로 위원=“‘독서 입시 전쟁, 떠밀려 독서 절벽’은 문제 진단과 대안 모두 교육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도서관 등 인프라 문제와 독서를 하지 않는 문제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대안으로 제시한 서술형·논술형 평가 확대 역시 현재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운영되는지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모든 문제를 학교 교육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 분야 기획은 실제 학교 현장과 학생, 학부모의 목소리를 더 반영했으면 좋겠다.”
안진걸 위원=“한미관계, 전시작전권 등에 대한 사설이 지나치게 친미적이고 강경보수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최근 한·미 간 이슈는 다양한 측면이 있고 한·미 양 정부 모두 성찰해야 한다.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의 비자 지연 및 약속된 전시작전권의 환수 지연,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의 월권적 발언 등은 분명 미국 측의 문제가 더 큰 것임에도 오히려 한국 측의 문제가 더 큰 것처럼 기술됐다. 많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겠다. 한·미동맹을 중시하되, 트럼프나 미 정부의 잘못이나 외교상 실례들에 대해서는 할말은 하는 세계일보 사설을 기대해 본다.”
조영석 위원=“15일자 트래블 플러스 연천군 특집은 16면을 눕혀 편집했는데 이어지는 17면과 함께 읽을 때 불편했다. 또 세계일보가 주관한 드론 낚시 페스타 기사는 처음 읽었을 때는 광고인 줄 알았다. 회사가 주관하는 행사라는 사실을 중간 제목 등에서 눈에 띄게 밝혔으면 독자들이 더 쉽게 이해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