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회 3위로 우승 조기 확정 초반 5연승 포함 시즌 9승 ‘질주’ 獨 페텔 종전 기록 3년 이상 단축 伊 선수로는 73년 만에 정상 올라
레이서 父 따라 7살 때 카트 경주 “목표 이뤄 행복… 남은시즌 즐길것”
결승선을 통과한 순서는 세 번째였지만 포뮬러원(F1)의 역사는 새로 썼다. 키미 안토넬리(메르세데스)가 만 20세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F1에 데뷔한 신예가 두 번째 시즌에 챔피언에 등극한 것이다. 초반 5연승 포함 시즌 9승, 19번 그리드에서 출발한 안방 대역전극 등 압도적인 속도와 위기 대응 능력을 함께 보여준 결과는 화려한 왕관이었다.
안토넬리는 2일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아우토드로모 에르마노스 로드리게스(4.304㎞·71랩)에서 열린 2026 F1 멕시코시티 그랑프리(GP) 결승에서 막스 페르스타펀(레드불)과 루이스 해밀턴(페라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날 15점을 딴 안토넬리는 이번 시즌 드라이버 랭킹 포인트 380점을 기록, 남은 4개 대회 결과와 관계없이 생애 첫 드라이버 챔피언 등극을 확정했다. 현재 119점 뒤진 2위 페르스타펀(261점)이 4개 대회를 모두 우승해도 얻을 수 있는 점수는 100점에 불과하다.
괴물 천재 등장 메르세데스 키미 안토넬리가 2일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아우토드로모 에르마노스 로드리게스에서 열린 2026 F1 멕시코 그랑프리에서 질주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역대 최연소 드라이버 챔피언에 등극한 안토넬리(가운데)가 막스 페르스타펀(왼쪽)과 루이스 해밀턴이 태워준 손가마에 올라 기뻐하는 모습. 멕시코시티=신화·EPA연합뉴스
무엇보다 2006년 8월 25일생인 안토넬리는 20세 68일의 나이로 정상에 오르며 제바스티안 페텔(독일)이 2010년 세운 종전 최연소 드라이버 챔피언 기록(23세 134일)을 무려 1162일이나 줄이며 갈아치웠다. 지난해 F1 공식 인터뷰에서 운전면허를 따 이제 어머니에게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된다며 기뻐했던 소년이 최고의 드라이버로 우뚝 선 것이다. 또한 이탈리아 선수가 드라이버 챔피언에 오른 것은 1950년 초대 챔피언 주세페 파리나와 1952∼1953년 알베르토 아스카리 이후 역대 세 번째이자 73년 만이다.
경기 뒤 안토넬리는 “메르세데스와 가족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주말 평소보다 긴장했다. 목표를 이뤄 행복하고, 이제 남은 시즌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관식으로 가는 안토넬리의 마지막 주행에 변수는 있었다. 8위 이상만 해도 드라이버 챔피언이 확정되는 가운데 레이스 도중 발테리 보타스(캐딜락)의 큰 사고로 경기가 중단됐고, 후반에는 아르비드 린드블라드(레이싱 불스)의 사고로 세이프티카가 투입됐지만 안토넬리는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주행으로 3위를 내달렸다. 무엇보다 네 차례 세계챔피언 페르스타펀, 일곱 차례 정상에 오른 해밀턴과 새 챔피언 안토넬리가 함께 선 시상대는 F1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장면이 됐다.
안토넬리의 올 시즌 그랑프리 우승은 9차례로 모두 올해 이룬 성과다. 3월 중국 GP에서 생애 첫 승을 신고한 뒤 일본, 마이애미, 캐나다, 모나코까지 다섯 개 GP를 연속으로 제패했다. 이어 벨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GP에서 승리를 추가했다. 스무 살 생일 전에만 6승을 거둬 10대 드라이버 최다승 기록도 썼다. 이 중에서 가장 극적인 승리는 9월6일 몬차에서 열린 이탈리아 GP였다. 파워유닛 부품 교체에 따른 벌칙으로 출발 위치가 19번째까지 밀렸다. 그러나 안토넬리는 추격을 이어가며 네 바퀴를 남기고 선두였던 팀 동료 조지 러셀을 따돌리고 우승했다. 18계단을 끌어올린 대역전이었다.
안토넬리는 천재 드라이버로 자라기 좋은 환경에서 컸다. 아버지 마르코는 레이싱 드라이버 출신으로 모터스포츠 팀을 운영했고 안토넬리는 일곱 살 때 본격적으로 카트 경주를 시작했다. 2014년 독일 호켄하임에서 나이가 어려 F1 패독(차고)에 들어갈 수 없자 아버지가 그를 타이어 더미 안에 숨겨 운반용 수레로 데려간 일화도 있다. 좋은 환경과 타고난 재능으로 안토넬리는 빠르게 기량이 늘었다. 2022년 이탈리아와 독일 F4를 석권했고, 이듬해 중동과 유럽 포뮬러 리저널에서도 챔피언이 됐다. F3를 건너뛰고 F2로 직행한 뒤 2025년 메르세데스 정규 드라이버로 승격했다. 페라리로 떠난 해밀턴의 빈자리를 채우는 임무였다. 거장의 후임이라는 부담을 안고 출발했던 신예는 두 시즌 만에 정상에 섰다.
안토넬리의 우상은 1988년과 1990∼1991년 등 세 차례 드라이버 챔피언에 올랐지만 34세에 요절한 천재 드라이버 아일톤 세나다. 직접 보지 못했던 전설의 경주를 영상으로 접하며 꿈을 키웠고, 차량 번호도 세나와 인연이 깊은 12번을 골랐다. 이제 안토넬리는 자신의 우상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최고의 자리에 올라 더 많은 기록을 쓸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