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사업 시공계약을 두고 한국수력원자력과 대우건설 협상이 결렬되면서 사업 차질 우려가 커지자 주무부처 장·차관이 직접 사업 전반을 점검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대우건설은 한수원과의 시공계약 협상이 결렬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며 정부의 중재를 통한 재협상을 요청했지만 산업통상부는 거절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2일 두코바니 원전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장·차관 주도의 비상관리체제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한국 원전의 경쟁력은 개별 기업의 역량이 결집된 ‘팀 스피릿’에 있다”며 “당분간 장·차관이 비상관리체제를 직접 가동해 매주 사업 현안을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원전산업의 핵심 경쟁력인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납기와 공사비 준수)’ 신뢰도에 금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김 장관 주재의 ‘팀코리아 체코 원전사업 추진현황 점검회의’와 박동일 차관 주재의 ‘한수원 추진계획 점검회의’가 주마다 교차로 개최된다.
앞서 한수원은 두코바니 원전 시공을 맡기로 했던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의 계약을 지난달 29일 해지했다. 양측은 공사 물량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과 계약조건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본계약 체결 1년4개월 만에 갈라섰다. 한수원은 경쟁입찰을 통해 내년 7월까지 신규 시공사 선정을 마칠 계획이다.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은 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메가와트)급 한국형 원전 APR1000 2기(두코바니 5·6호기)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대우건설은 산업부에 중재를 요청했다. 대우건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하루라도 빨리 사업이 정상화되기 위해 산업부의 중재를 통한 건설 계약 재협상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달 29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제출한 수정 제안서가 증가한 공사 물량을 반영하라는 요청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대우건설은 설계를 담당하지 않는 시공사가 물량 증가와 추가 업무를 공사비 조정 없이 떠안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건설되는 신규 노형 APR1000을 유럽 시장에 건설하는 위험까지 시공사가 온전히 부담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수정된 협상안을 통해 공사비 총액을 삭감하고 물량 증가도 일정 부분 수용해 수천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는 제안서를 제출했는데도 제출 30여분 만에 적극적인 검토도 없는 일방적인 결렬 선언을 언론 보도로 접했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은 시공사가 최초 입찰 단계에서 제안했던 총액확정 계약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공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물량 증가분을 계약금액에 선반영하고, 물량 불확실성이 큰 토목 분야 일부는 실적정산을 제안했다고 했다. 한수원은 재협상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협약 종료 전 제시했던 최종안을 대우건설이 수용해야 후속 협의에 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029년 7월로 예상된 기본설계 승인시점에 변경되는 물량을 반영해 총액을 확정하되 불확실성이 큰 지하토목공사는 실적정산을 적용한다는 안이다. 한수원은 대우건설 측에 물량 불확실성에 대해 일정 부분 부담하는 만큼 단가에 대한 합리적 개선을 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해당 의사를 이미 대우건설에 알린 바 있다”고 말했다.
양측 갈등이 계속되자 김 장관이 쓴소리하기도 했다. 그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기업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협상 과정에서 치열하게 다툴 수 있지만, 공동의 목표 앞에서는 서로 존중하고 양보하며 끝내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어느 기업의 이해관계도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와 협력의 정신을 훼손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신규 시공사 선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한수원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던 김 장관은 한수원을 향해 “원전 수출을 책임지는 공기업으로서 개별 계약의 이해득실을 넘어 사업 전체를 바라보는 더 큰 책임과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부가 중점관리를 천명하면서 ‘팀코리아’ 갈등 수습은 산업부의 몫으로 넘어왔다. 산업부는 새 시공사 선정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산업부는 대우건설의 중재 요청에 “상업적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 간 협상을 중재할 법적 권한은 없다”며 거절했다. 이날 박 차관 주재 첫 회의에서도 △기존 시공계약 협상 종료에 따른 주요 임무 수행 방안 △신규 시공사 선정 절차 및 소요 일정 등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