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상·하원의원, 주지사 등을 선출하는 미국 중간선거가 3일(현지시간) 미 전역에서 치러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압승한 2024년 11월5일 대선 뒤 약 2년 만에 치러지는 선거로,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하다.
선거 전 마지막 일요일인 1일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 접전지 중 하나인 아이오와주 더크뷰를 찾아 “우리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공화당 후보들을 어디에서나 당선시킬 것”이라며 “나가서 투표하라는 것이 내가 요청하는 전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경합지인 알래스카주를 거론하고, “내가 나서기 전까지는 완전히 죽어있었다”며 “우리에겐 일본과 한국, 중국 등지로 (액화천연가스 운송) 선박이 가는 파이프라인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서 경합주 대부분을 석권하며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한 뒤 지난 2년 동안 자신의 ‘미국 우선주의’를 대내외 정책 전반에 도입하며 국정운영을 장악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란 전쟁, 고유가, 인플레이션 등으로 지지율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알래스카와 같은 공화당 텃밭까지 위기감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간 아직 합의되지 않은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투자 등을 일방 발표하며 표를 결집하려 노력해온 바 있다.
선거 전반의 분위기는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해 보이지 않는다. 초당파 선거분석기관 쿡폴리티컬리포트가 지난달 30일 내놓은 선거 전 최종 분석 전망을 보면 민주당은 하원에서 최대 240석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 선거예측기관 디시전데스크HQ는 민주당의 하원 탈환 가능성을 83%, 상원 탈환 가능성을 63%로 봤다. 현재 상·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다.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보다 초접전 경합 양상을 보이는 상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얼마나 공화당 의석을 빼앗아 올 수 있느냐다. 쿡폴리티컬리포트 분석에 따르면 상원에서 메인, 알래스카, 캔자스, 아이오와, 오하이오, 미시간, 텍사스 7곳이 초접전 경합지로 분류된다. 이 중 미시간을 제외하고 6개 지역의 현 의석이 공화당이다.
사실상 선거 전 마지막 여론조사가 될 것으로 보이는 뉴욕타임스·시에나대의 이날 발표에서는 이 7개 주 모두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를 앞섰다. 역시 이날 공개된 유고브 조사에서도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알래스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섰다.
하지만 이전 선거들에서 공화당의 ‘숨은표’가 적지 않았던 만큼 민주당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선거 직전인 이날 미시간 민주당에서 내분이 일어나기도 했다. 예비선거에서 압둘 엘사예드 후보에게 1%포인트 차로 진 중도 성향 헤일리 스티븐스 하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하는 공화당 마이크 로저스 후보를 공개 지지한 것이다. 엘사예드 후보와 스티븐스 의원은 대이스라엘 정책으로 공개 충돌했는데, 결국 선거 직전 갈등이 분출했다. 엘사예드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민주사회진영(DSA)의 지지를 받은 데다 무슬림이라는 점 때문에 미시간 민주당에서는 중도 성향, 유대계 민주당원들의 선거 불참을 우려해왔다.
또 다른 관심사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뒷받침했던 백인 노동자 계층과 농촌 유권자가 지지를 유지할 것인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접전지뿐만 아니라 텃밭인 앨라배마, 오클라호마, 플로리다 등까지 총 28차례 지원 유세를 하며 공화당 지지를 호소했다. 평소 같으면 안심하고 가지 않았을 지역까지 찾은 것은 민심이 심상찮은 상황임을 고려해 지지층 표를 지켜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농업 지역인 아이오와나 캔자스, 공업지대이자 캐나다와 가까운 미시간과 오하이오 등이 접전지가 된 것은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노동자·농민 계층의 민심 변화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이민 정책 뒤 라틴계와 흑인 등 소수계 유권자들의 표심도 주목할 만하다. 2020년 대선에서 전국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흑인 유권자는 8%였는데, 2024년 대선에서는 15%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라틴계 유권자들도 2020년 36%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데 비해 2024년 대선에서는 48%로 크게 늘었다. 최근 이들의 지지가 줄어들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10월 발표한 라틴계 유권자들의 트럼프 행정부 국정 지지율을 보면 24%로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미국 정가를 뒤흔들었던 게리맨더링(선거구 재획정) 열풍의 영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당이 각각 자신이 우세한 주의회에서 게리맨더링을 통해 자당에 유리한 선거구를 그렸기 때문에 특히 하원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텍사스 등 공화당 우세 주의회 역시 게리맨더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판세로는 하원에서 민주당이 우세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이날 정오 기준 5360만명을 넘어선 사전투표 열기가 선거 결과에 어떻게 반영될지 관건이다. 선거 당일 ‘샤이 트럼프’를 포함한 공화당 지지층이 얼마나 투표장에 나설지도 중요하다.
찰리 쿡 쿡폴리티컬리포트 창립자는 최근 칼럼에서 “이번 선거 핵심 변수는 민주당에 투표할 생각이 없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실망한 공화당 지지층”이라며 “이번 선거는 민주당 지지세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블루 웨이브(Blue Wave)’보다는 공화당 지지 기반이 약화하는 ‘레드 언더토(Red Undertow)’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