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 “악한 자들 꾸짖는 일, 문학 소명 중 하나”

등단 50돌 장편 ‘유다의 어머니’ 출간
5·18 등 배경 신념의 어머니 그려
“악한 자들을 필주(筆誅·남의 허물이나 죄를 글로 써서 꾸짖음)하는 것이 문학의 소명 중 하나입니다.”

대한민국 최초 밀리언셀러 소설 ‘인간시장’의 작가 김홍신(사진)이 장편소설 ‘유다의 어머니’(해냄)를 펴냈다.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은 팔순의 작가는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형법상 처벌보다 무서운 것이 역사적 필주”라며 “필주가 있어야 바른 역사로 길을 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용서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복수도 아름다울 때가 있다”며 역사의 죄인에게 죽비를 드는 문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소설은 1979년 12·12 군사 정변과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불의에 맞서 신념을 지키려는 한 어머니와 두 아들의 비극을 그린다. 소설은 자기 손으로 아들을 죽인 어머니라는 충격적인 설정을 내세운다. 권력에 물들어 악행을 저지른 아들과 그를 단죄할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사연을 풀어낸다. 작가는 “성모 마리아는 오래 기억되는데 예수를 팔아넘긴 가롯 유다의 어머니 이야기는 왜 없을까 의아했다”며 “유다처럼 악한 자식을 둔 어머니의 심정은 어땠을까 상상하며 썼다”고 했다.



집필에 불을 붙인 또 다른 계기는 12·3 비상계엄 선포였다. 1980년 12월 포고령 위반으로 보안사에 끌려가 국가원수 모독, 체제 비방, 군 모독 혐의로 고초를 겪었던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당시 꽁트집 ‘도둑놈과 도둑님’을 두고 ‘도둑님이 누구냐’는 추궁을 받았던 일은 그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김홍신은 “동학농민운동, 3·1운동, 4·19혁명, 6·10항쟁,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민주 정신과 정신사적 DNA를 픽션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1981년 발표한 ‘인간시장’은 국내 단행본 최초로 100만부 판매를 기록했다. ‘칼날 위의 전쟁’, ‘김홍신의 대발해’ 등 소설과 ‘겪어보면 안다’ 등 산문을 포함해 지금까지 142권의 책을 냈다. 제15·16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지난달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그는 “때로 천둥 번개를 견뎌야 했지만, 대한민국에서 황홀한 삶을 살았다”며 “선현들의 뜨거운 피를 제대로 쓰고 싶다”고 팔순에도 녹슬지 않은 창작열을 내비쳤다. 여전히 원고지에 만년필로 글을 쓰는 그는 “자식들에게 ‘손에 만년필을, 머리맡에 원고지를 놔달라’고 미리 유언을 남겼다”고 했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작가로 남겠다는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