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가 파리기후협정의 목표인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어설 경우 빙하와 빙상이 급격히 줄어들고, 지구의 얼음 시스템 상당수가 회복하기 어려운 변화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각국이 현행 기후 정책을 유지하면 지구 기온 상승 폭이 2.8도에 이를 수 있는 만큼 빙권의 손실을 막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제빙권기후이니셔티브(ICCI)와 유엔환경계획(UNEP)은 2일(현지시간) ‘2026년 빙권 현황 보고서: 오버슈트의 대가’(State of the Cryosphere Report 2026: The Cost of Overshoot)와 ‘오버슈트와 빙권: 전 지구적 녹아내림을 막기 위해’(Overshoot and the Cryosphere: Averting Global Meltdown) 등 보고서 2건을 발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보고서는 산업화 이전보다 이미 약 1.3도 높아진 지구 기온이 현행 정책 아래에서는 2.8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온난화가 파리기후협정 목표인 1.5도를 일시적으로 넘어서는 이른바 '오버슈트'가 발생하면 빙상과 빙하, 해빙, 영구동토층은 물론 극지방 해양에도 광범위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빙권의 변화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네팔과 중국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얼음·암석 사태로 수천 명이 숨졌으며, 해수면 상승과 극지방 해양·기상 시스템의 교란도 심각한 위험으로 꼽혔다.
보고서 주저자인 제임스 커컴 ICCI 소속 빙하학자는 가디언에 해당 재해가 관측 사상 최대 규모 가운데 하나였으며, 네팔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하는 피해를 낳았다고 밝혔다. 그는 스위스가 지난 5년 동안 빙하 얼음의 20%를 잃었고,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전 세계에서 수천 개의 빙하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온난화 수준에 따른 지역별 빙하 감소 전망도 제시됐다. 현행 정책이 유지돼 기온이 2.8도 상승하면 로키산맥과 알프스산맥, 아이슬란드, 스칸디나비아의 빙하 얼음 질량은 현재의 10% 미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더라도 이들 지역에는 현재 얼음 질량의 20∼35%만 남을 것으로 전망됐다.
인류의 약 4분의 1에 물을 공급하는 빙하가 있는 힌두쿠시·히말라야 지역도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현행 정책이 이어지면 현재 얼음 질량의 41%만 남지만,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면 83%를 보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상은 1990년대보다 약 6배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난화가 일시적으로 1.5도를 넘어섰다가 다시 목표 수준으로 낮아지더라도 빙상 감소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과학자들은 현재의 온난화 수준조차 북극과 남극, 산악 빙하, 극지 해양에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지구의 얼음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보존하려면 장기적인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도에 가깝거나 그보다 낮은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커컴은 눈과 얼음이 기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온난화 목표를 초과한 뒤에는 빙권이 회복하는 데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이 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변화가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임계점을 넘어서면 회복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오는 9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를 앞두고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