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조희대엔 “잘 계세요?”…야당엔 “말할 것 있으면 하라” [투데이 여의도 스케치]

정치는 말이다. 정치인의 신념과 철학, 정당의 지향점은 그들의 말 속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전달된다. 누가, 왜, 어떤 시점에 그런 발언을 했느냐를 두고 시시각각 뉴스가 쏟아진다. 권력자는 말이 갖는 힘을 안다. 대통령, 대선 주자, 여야 대표 등은 메시지 관리에 사활을 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에는 인터넷에 올리는 문장의 토씨 하나에도 공을 들인다. 팬덤의 시대, 유력 정치인의 말과 동선을 중심으로 여의도를 톺아보면 권력의 흐름이 포착된다. 그 말이 때론 정치인에게 치명적인 비수가 되기도 한다. 언론이 집요하게 정치인의 입을 쫓는 이유다.

 

①이재명 “말할 것 있으면 하라 듣고 하겠다”

 

2일 이재명 대통령의 821조원 규모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야유로 잠시 멈췄다. 이 대통령이 “국채를 발행하긴 하지만 대부분을 기존 국채 상환에 사용해 국채의 순 증가분이 거의 없다”고 설명하자 국민의힘 의석에서 “아이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탄식과 야유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연설을 멈추고 야당 의원들에게 발언 기회를 주려 했지만, 김미애 의원이 “재판 재개하라”고 외치자 “계속 방해를 하시네요. 특별한 의견을 주시는 것도 아니고. 이제 제가 계속해도 좋겠습니까?”라고 말한 뒤 연설을 이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열린 11월 정기국회 제11차 본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의원 60여명은 연설에 앞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나라 빚 외면 쌈짓돈 예산, 미래 파괴 규탄한다”, “재판 취소 위한 탄핵 추진 사법부 겁박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 대통령은 시위 중인 의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조정식 국회의장에게 “뭘 갖고 저렇게 하는 것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본회의장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은 채 노트북에 규탄 피켓을 붙이고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이 대통령을 맞았다. 이 대통령은 입구에 선 정청래 전 대표를 시작으로 한병도 원내대표, 김민석 대표 등과 악수한 뒤 연단에 올랐다. 약 27분간의 연설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30차례 박수를 보냈다.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대목에서 첫 박수가 나왔다. 국민의힘 이철규·강민국·김장겸·김종양 의원 등은 연설 도중 퇴장했다.

2027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②이재명 대통령,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잘 계세요?”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회에서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앞서 5부 요인과 여야 대표들을 만나 환담했다. 대법관 재제청 문제로 대립 중인 조희대 대법원장과 악수하며 “잘 계세요?”라고 안부를 물었다.

 

이 대통령과 조 대법원장이 대면한 것은 지난 9월21일 김성수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 이후 42일 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도 추진 중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조정식 국회의장·조 대법원장·김상환 헌법재판소장·한성숙 국무총리·위철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직무대행 등 5부 요인과 민주당 김민석 대표·한병도 원내대표, 장 대표, 조국혁신당 신장식 대표 등과 환담했다. 장 대표에게는 “반갑습니다. 방송에서 자주 보는데”라며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조 대법원장은 별도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③국힘 “내년 예산안, 미래 약탈 선언”

 

국민의힘은 2일 이재명 대통령이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내놓은 정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무책임한 극단주의 포퓰리즘 예산이자 미래 약탈 선언”이라며 공세를 펼쳤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통령이 빚 폭탄을 쏘며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해 선전포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래대응기금에 대해서는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일시적 세수 증가를 핑계로 지속적인 지출 증가 구조를 만들어버렸다. 2~3년짜리 빚잔치일 뿐이다. 기업한테 돈을 갈취해 흥청망청 파티를 즐기겠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금 여유 자금은 국가 채무 감축을 위해 쓰는 것이 상식인데 기어이 들고 있겠다는 이유가 뭐냐. 2028년 총선 직전에 돈 뿌리기 위한 여유자금으로 남겨놓은 것이냐. 미래대응기금인가, 총선대응기금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오늘 부동산, 주식 등 정부 실정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 했다. 그런데 반성도 사과도 없이 극단적 확장정책을 밀어붙이겠다고 선언했다”며 “무책임한 예산안에 합의할 수 없다. 재정건전성 회복이란 대원칙에 따라 송곳처럼 검증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