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뒤 세종에 2만석 돔구장이?…첫발 뗐지만 관건은 역시 ‘돈’ [100투더세종-20]

“야구 보러 대전으로, 대형 콘서트 보러 서울로 가는 게 당연했죠. 하지만 더 이상 주말 여가를 다른 지역에서 보내고 싶지 않아요. 가족들과 우리 동네 가까이에서 즐기고 싶다고요.”

 

세종시 소담동에 사는 40대 김모씨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물론 세종에도 정부세종청사 체육관을 비롯한 각종 체육시설과 1000석 규모의 세종예술의전당이 있다. 그런데 무언가 2% 부족하다. 대형 스포츠 경기나 K팝 콘서트 등을 즐기려면 여전히 다른 도시로 ‘원정’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김씨는 “백화점 입점이 무산됐을 때는 코스트코나 온라인 쇼핑몰로 아쉬움을 달랬고, 맥도날드가 없을 때도 다른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스포츠 경기나 콘서트까지 매번 다른 도시에서 봐야 한다니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세종시 아름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강모씨(38)도 “대형 도서관과 잘 가꿔진 수목원 등이 있어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인 건 인정하지만, 온 가족이 함께 즐길 대형 문화·체육시설에 대한 갈증은 늘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9일에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2025 네이버 K-BASEBALL 시리즈’ 대한민국과 체코 평가전이 열렸다. 연합뉴스 

“충북 청주와 함께? NO…세종시, 돔구장 유치에 첫발”

 

그런 세종시민들의 바람이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마침 세종시가 그 염원을 향한 첫발을 뗐다. 지난달 28일 마감된 문화체육관광부의 ‘스포츠·공연 복합형 돔구장’ 건립 후보지 공모에 유치의향서를 제출하면서다. 이번 공모는 스포츠 경기와 K팝 콘서트, 국제행사 등을 개최할 복합 돔구장 후보지를 선정하는 것으로, 2034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문체부는 대규모(4만석 이상)와 중규모(2만석 이상~4만석 미만) 후보지를 각각 1곳씩 선정한다고 밝혔다.

 

돔구장은 지붕이 덮여 있어 날씨와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경기와 공연을 열 수 있다. 서울 구로구의 고척스카이돔과 같은 시설이 세종에도 들어선다면, 주중에는 공무원들로 북적이다 주말이면 한산해지는 세종의 풍경도 달라지지 않을까. 시민들의 ‘문화 원정’이 줄고, 외부 관람객 유입으로 지역 상권에도 활기가 돌 수 있다. 게다가 내년부터 총 44개 정부기관 이전이 본격화하면  대형 문화·체육시설에 대한 수요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세종시가 이번 유치전에 독자적으로 나섰다는 사실이다. 앞서 충북도는 청주 오송역 일대에 대규모 돔구장을 건립하는 구상을 추진하면서 세종시에 공동 조성을 제안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충북에서 공동 조성 요청이 들어온 적은 있지만 함께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막대한 사업비와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공모 참여를 포기했다.

지난해 3월 개장한 대전 중구 한화생명 볼파크의 개장 전 모습. 돔구장은 아니지만 세종과 인접한 대전에는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대규모 경기장이 들어서 있다. 뉴시스

“대평동에 2만석 돔구장이?…경제성 확보, 이번엔 가능할까”

 

그렇다면 세종에서는 어디에 돔구장이 들어설 수 있을까. 세종시가 검토하는 곳은 대평동 종합운동장 부지다. 세종고속시외버스터미널과 가까워 다른 지역에서도 접근하기 좋은 곳이다. 다만 이곳에는 사연이 있다. 당초 대평동에는 종합운동장과 실내체육관, 수영장 등을 갖춘 종합체육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제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종합운동장 건립은 장기 과제로 미뤄졌고, 실내체육관과 수영장 등을 우선 건립하는 방향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종합운동장조차 경제성 문제로 미뤄졌던 곳에 이번에는 훨씬 많은 사업비가 드는 돔구장을 짓겠다는 구상, 과연 현실화할 수 있을까.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돈이다. 문체부가 지자체 설명회에서 국비 지원 비율을 30% 수준으로 안내한 만큼, 이 비율이 적용되면 나머지 70%는 지방비와 민간투자 등으로 마련해야 한다.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비를 어떻게 마련할지가 관건이다. 게다가 돔구장은 짓는 것으로 끝나는 시설도 아니다. 완공 이후 유지·관리 비용은 물론, 경기·공연 유치에 따른 수익성도 따져야 한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고척스카이돔 전경. 구로구청 제공

“타당성조사도 안 했는데…최종 제안서 제출할까?”

 

당장 다음달 8일이 첫 고비다. 문체부는 이날까지 최종 사업 제안서를 접수한다. 제안서에는 시설 활용계획과 입지 적정성, 재원 조달 방안 등이 담겨야 한다. 하지만 세종시는 아직 최종 제안서를 제출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돔구장 건립과 관련한 별도의 타당성조사 용역도 진행하지 않은 상태다. 세종시 관계자는 “사업계획서 작성을 준비 중이지만 최종적으로 제출하겠다고 확답하긴 조심스럽다”면서도 “선정될 경우 재원 확보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며, 공단에 위탁해 건립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문체부가 공개한 스포츠·공연 복합형 돔구장 공모 일정

세종시가 최종 제안서를 제출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전국 지자체들과의 유치 경쟁이다. 대구시는 두류공원 일대에 2만석 규모의 돔구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세종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 대규모 부문에서는 충남이 천안아산역 인근에 5만석 규모의 돔구장을 구상하고 있다. 문체부는 최종 사업 제안서를 제출한 곳을 대상으로 서면평가와 현장실사, 발표평가 등을 거쳐 다음달 말 후보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기본계획 수립과 예비타당성조사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다.

 

과연 8년 뒤인 2034년, 세종 대평동에 수만 명의 함성이 울려 퍼질 수 있을까. 우선 다음달 8일, 세종시의 최종 사업 제안서 제출 여부로 지켜보자.

 

100투더세종…20편/투 비 컨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