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양양군 남대천의 맑은 물속에서 검붉고 자줏빛을 띤 연어들이 줄지어 상류로 향했다. 얕은 여울에서는 몸을 비틀어 돌 사이를 빠져나갔고, 거센 물살을 만나면 꼬리를 힘차게 흔들었다. 북태평양의 먼바다를 돌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물길을 다시 찾아온 연어들의 귀향 행렬이었다.
한국수산자원공단 동해생명자원센터는 남대천에 회귀 유도시설을 설치해 연어들이 센터로 이어진 어도를 따라 올라오도록 하고 있다. 어도에 들어선 연어들은 계단처럼 이어진 턱과 쏟아지는 물살을 온몸으로 헤쳐 나갔다. 물살에 밀려 떨어진 연어도 다시 방향을 돌려 꼬리를 힘껏 쳤고, 수면 위로 몸을 던져 턱을 뛰어넘을 때마다 하얀 물보라가 솟구쳤다.
어도를 끝까지 오른 연어들은 연결된 물길을 따라 센터 수조로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센터 직원들이 수조 안으로 들어가 뜰채로 연어를 포획하자 현장에서 곧바로 암수를 구분했다. 구분된 연어는 각각 조사대로 옮겨졌고, 연구원들은 몸길이와 무게를 측정한 뒤 결과를 꼼꼼히 기록했다. 검붉게 변한 몸빛과 곳곳에 난 상처, 닳은 지느러미에는 바다와 강을 오간 험난한 여정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남대천으로 돌아오는 연어는 북태평양에서 성장하는 태평양연어다. 어린 시절 남대천을 떠나 북태평양과 베링해 일대에서 성장한 뒤 산란할 때가 되면 자신이 출발했던 하천으로 돌아온다. 바다에서는 은빛을 띠지만 민물로 돌아와 산란기가 가까워지면 몸빛이 검붉게 변한다.
동해생명자원센터에서 5년째 수산종자자원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오세현 주임연구원은 “남대천을 떠난 연어들은 북태평양과 베링해 일대를 오가며 약 2만㎞의 긴 여정을 한 뒤 고향으로 돌아온다”며 “어린 시절 기억한 하천의 물 냄새를 따라 자신이 자란 곳을 다시 찾아오는 귀소본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채취한 알과 정액은 고르게 섞어 수정시킨 뒤 깨끗한 물로 씻어냈다. 연구원들은 불순물과 상태가 좋지 않은 알을 골라내고, 선별된 수정란을 물이 계속 흐르는 부화시설의 알받이에 고르게 수용했다. 수정란이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수온과 물의 흐름도 지속해서 관리한다.
알받이에서 부화한 어린 연어들은 일정 기간 사육된 뒤 남대천을 비롯한 동해안 주요 하천에 방류된다. 어린 연어들은 하천을 따라 바다로 떠나 북태평양에서 성장하고, 살아남은 일부가 다시 산란을 위해 고향 하천으로 돌아온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이 같은 어린 연어 방류와 자원 회복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약 2만㎞의 긴 여정을 마치고 남대천으로 돌아온 어미 연어의 삶은 마지막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도를 뛰어오른 연어들이 남긴 주황빛 수정란에서는 또 다른 여정이 시작됐다. 떠남과 귀향, 죽음과 탄생으로 이어지는 생명의 순환이 양양 남대천에서 다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