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해일 등 재난이 끊이지 않는 일본이 국가 차원의 재난 전담 기구를 신설했다. 태평양 연안이나 수도 도쿄를 덮칠 수 있는 거대 지진, 후지산 분화 같은 대형 재난에 대비하려는 조치다.
AP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일 방재청을 출범시켰다. 정원 352명으로 종전 내각부 방재 부문 220명보다 크게 늘었다. 방재청은 재난 예방과 긴급 대응, 복구·재건을 총괄한다. 수장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맡고, 호소노 고시(細野豪志) 부흥상이 방재상을 겸해 업무를 이끈다. 방재상은 각 부처에 권고할 권한을 갖고, 부처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한 일본은 세계에서 재난이 가장 잦은 나라 중 하나지만 지금까지 재난 전담 기구는 없었다. 재난이 나면 여러 부처 공무원이 모여 임시 조직을 꾸리는 사후 대응 방식이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뒤 부흥청이 생겼지만 복구 지원을 위한 조직이었다. 방재청은 특정 재난을 염두에 두고 만든 조직이 아니라, 2011년 같은 재난에 대비가 돼 있느냐는 우려 속에 이런 공백을 메우려고 세운 기구다.
호소노 부흥상은 “재난 대응의 사령탑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대비 태세 강화에 모든 것을 다하겠다. 세계에서 가장 잘 대비된 나라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말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담당상을 지낸 그는 당시 경험을 방재청 강화에 살리겠다고 밝혔다.
특히 호소노 부흥상은 이날 지자체와 국민을 상대로 ‘긴급 요청’을 내놨다. 주택 내진 성능과 가구 고정 상태, 대피 절차를 점검하고 최소 사흘 치 물과 휴대용 화장실을 비축하라는 내용이다. 그는 “각자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해달라”고 당부했다.
일본은 당장 태평양 남동쪽 해저의 난카이 해곡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대 지진이 큰 위험 요소다. 호소노 부흥상은 “이것이 실제로 닥치면 우리의 미래가 걸린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북부 앞바다 일본해구·지시마해구 거대 지진 발생시 사망자 추산은 20만명에 가깝다. 도쿄 수도권을 강타하는 대지진은 사망자 1만8000명, 피난민 410만명, 주택 손실 40만채로 추산된다. 후지산이 분화하면 79만명과 이들의 주택이 영향을 받고 교통·전력망 등 핵심 기반시설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피난소 개선도 과제다. 일본의 피난소는 체육관·마을회관·교실에 이재민을 몰아넣는 방식이어서 사생활 보호와 침구, 깨끗한 화장실, 따뜻한 음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이런 환경은 건강 악화와 사망으로까지 이어진다. 방재청은 깨끗한 이동식 화장실과 따뜻한 음식을 제공할 조리 시설, 온수 목욕 시설, 골판지 침대를 투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