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온도가 50도 ‘펄펄’…유럽 9개국 덮친 마트 해킹

유럽 슈퍼마켓의 냉장고와 냉동고를 원격으로 조작하는 사이버 공격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에서 시작된 해킹이 벨기에와 스웨덴 등 유럽 각국으로 번지면서 식료품 폐기와 매장 운영 차질이 발생했다. 일부 냉장·냉동 설비의 온도는 섭씨 50도까지 상승했다.

 

3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웨덴, 에스토니아, 아일랜드, 네덜란드, 핀란드 등 유럽 7개국에서 슈퍼마켓 냉장·냉동 설비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보고됐다. 지난달 프랑스에서 발생한 사건까지 포함하면 피해가 확인된 국가는 최소 8개국이다. 일부 보도에서는 관련 비상 대응 국가를 9개국으로 집계했다.

스웨덴의 한 마트에서 직원이 전원 꺼진 냉장고를 정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벨기에에서는 대형 유통업체 델하이즈의 약 40개 매장에서 냉장 설비 이상이 발생했다. 까르푸도 전체 700여개 매장 가운데 15곳에서 피해를 확인했다. 스웨덴에서는 유통업체 ICA와 쿱(Coop)의 일부 매장이 공격을 받았다. 쿱은 약 800개 매장 중 6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아일랜드에서는 슈퍼밸류(SuperValu) 매장 13곳의 냉장 시스템이 영향을 받았다. 네덜란드에서는 소규모 식품점 등 최소 17곳에서 문제가 발생했으며, 벨기에 몽스의 이케아 매장 내 식당도 냉장 설비 이상으로 일부 식품을 폐기했다. 에스토니아와 핀란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보고됐다.

 

공격자들은 인터넷에 연결된 냉장 설비의 제어 시스템에 접근해 냉각 장치를 성에 제거 모드인 ‘제상 모드’로 전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능은 냉각 장치에 쌓인 얼음을 녹이기 위해 일시적으로 냉각을 중단하는 방식이다. 해커들이 이를 원격으로 조작하면서 냉장고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12일 프랑스에서 발생한 공격과 유사하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인터마르셰 등 유통업체의 수백 개 매장이 피해를 봤으며, 일부 설비의 온도가 50도까지 올라갔다. 식품을 대량 폐기하고 매장 냉장 설비를 점검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에 연결된 냉장 설비의 보안 취약성을 지적한다. 유통업체들은 원격으로 온도를 관리하고 설비를 점검하기 위해 냉장 시스템을 네트워크에 연결한다. 그러나 오래된 장비는 보안 업데이트가 중단됐거나 취약점이 제대로 보완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번 공격에 사용된 일부 설비도 덴마크 업체 댄포스(Danfoss)의 구형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 검찰과 스웨덴 사이버보안 당국은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아직 공격을 감행한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특정 국가나 해커 조직이 배후라는 증거도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