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해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모양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 관련 “여론조사상으로는 80% 가까이는 제한 필요가 있다는 것 같더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제한 자체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는데, 어떤 수준에서 어떤 방법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각계각층에서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국회에도 9개나 관련 법이 계류 중인데 사회적 공론화로 청소년을 포함해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조치가 이뤄질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소년의 SNS 이용을 둘러싼 논쟁이 국가 정책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과도한 이용과 유해 콘텐츠 노출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이용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국가 차원의 SNS 규제 논의에는 청소년 스스로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거나 과도한 이용을 조절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과몰입을 유도하고 유해한 콘텐츠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가정과 학교의 지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풀이된다. 이렇다 보니 국가가 직접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힘을 얻지만, 실제 정책을 어떻게 설계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인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해외에서는 실제로 연령 제한을 도입하거나 추진하는 국가들이 등장했다.
호주는 2025년 12월, 16세 미만 청소년이 지정된 SNS 플랫폼 계정을 만들거나 유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인스타그램·틱톡·스냅챗·유튜브 등이 대상에 포함됐으며, 사업자가 연령 제한을 준수하기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하지 않으면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80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스페인도 올해 2월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제한하고 플랫폼에 실효성 있는 연령 확인 체계를 요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다만 이용 제한 도입이 청소년 보호 효과를 자동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7월 호주의 연령 확인 실태를 다룬 보도에서 소프트웨어 시험자들이 제한 대상 플랫폼 9곳에 50개 계정을 만들 때 대부분 연령 증명을 요구받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전했다. 허위 생년월일 입력이나 우회 계정 등을 통한 접근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제도 시행만큼이나 실제 집행 과정에서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국내 학술 연구도 획일적인 규제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2025년 학술지 ‘경제규제와 법’에 실린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 규제에 관한 소고’는 호주와 미국의 입법 사례를 검토하고 규제의 법적·사회적·실효성 문제를 짚었다. 연구는 연령별 발달 단계에 맞춘 단계적 규제와 디지털 안전교육의 체계화,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강화·협력적 거버넌스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청소년을 일방적인 보호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성장하는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는 취지다.
플랫폼 업계에서는 법적 기준이 마련되면 이에 따를 수 있다는 입장이 나왔다.
허욱 메타코리아 부사장은 지난달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청소년의 SNS 이용 제한 등 보호 정책이 입법 차원에서 정해지면 충분히 따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사업자의 수용 의사만으로 정책의 실효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연령 확인 방식과 개인정보 보호, 우회 이용 방지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
최근 서울의 한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청소년들의 SNS 이용을 제한한 호주 정책을 놓고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범람하는 SNS 콘텐츠 속에서 유해한 정보를 걸러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 무조건적인 제한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사용법 교육으로 지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SNS 규제는 꼭 필요하다”는 한 누리꾼의 글에 다른 누리꾼은 “적절한 사용법 교육이 필요하다”며 “통제는 지나치다”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