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공개된 넷플릭스 8부작 시리즈 ‘꿀알바’가 공개 직후 한국 시청 순위 1위에 올랐다. 1회의 편의점 에피소드는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안전가옥이 펴낸 앤솔러지 ‘호러’(2021)에 실린 단편 ‘편의점의 운영원칙’을 각색했다.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괴담 문법이 소설을 거쳐 실사 영상 콘텐츠로 확장된 사례다.
괴담을 소재로 한 책도 꾸준히 독자를 모으고 있다. 최인서 작가 장편소설 ‘한국사 이상현상 연구원’은 출간 직후인 올 8월 넷째 주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뒤 지난달 넷째 주까지 4위를 지켰다. 지난 7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공개돼 큰 인기를 끈 김혜영 작가의 소설 ‘빵충 사육 준수 사항’도 지난달 같은 차트에서 14위에 오르며 인기몰이를 이어갔다. 온라인 서브컬처에서 출발한 괴담이 출판과 영상, 웹소설을 아우르며 대중적 장르로 영역을 넓히는 양상이다.
◆대중문화 전방위로 확산
궁궐과 사찰, 지하 고분과 적산가옥…. 한국 곳곳의 역사 유적에서 잇따라 실종 사건이 발생한다. ‘한국사 이상현상 연구원’은 이들 사건에 국가 비밀기관이 개입한다는 설정을 뼈대로 한다.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은 소금빵을 닮은 식용 애벌레 ‘빵충’을 사육하며 벌어지는 기괴한 이야기를 담았다.
두 작품의 공통분모는 ‘나폴리탄 괴담’이다. 이야기의 핵심을 모호하게 남겨 공포를 자아내는 괴담을 가리킨다. 나폴리탄의 대표적 형식인 ‘규칙괴담’은 매뉴얼이나 행동 수칙을 빌린다. 예컨대 건물 야간근무 수칙에 ‘자정 이후 3층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도 절대 답하지 말 것’이라는 항목이 등장하지만, 왜 이런 규칙이 필요한지는 서술하지 않는 식이다.
2024년 학술지 ‘인문논총’에 실린 논문 ‘‘나폴리탄 괴담’ 장르의 형성과 그 성격’에 따르면 그 뿌리는 2004년 일본 인터넷 커뮤니티 ‘2ch’의 게시물에서 찾을 수 있다. 숲 속 식당에서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먹은 손님이 ‘어쩐지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무엇이 잘못됐는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이처럼 모호한 서술을 특징으로 하는 이야기가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입돼 ‘나폴리탄 계열’로 묶였다. 2019년 무렵부터는 국내에서도 유사한 이야기가 재생산되며 장르로 자리 잡았다.
웹소설 시장에서도 괴담의 존재감은 커졌다. 누적 조회 수 4억회를 돌파한 백덕수 작가의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괴담출근’)가 대표적이다. 괴담 팝업스토어를 찾았다가 괴담 세계에 빨려 들어간 주인공이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각종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그렸다.
◆다른 장르와 결합하며 진화
괴담의 확산에는 다른 장르를 자유롭게 받아들이는 유연성이 한몫했다. 미스터리와 판타지, SF, 스릴러, 재난물,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며 공포의 외연을 넓히는 방식이다.
‘한국사 이상현상 연구원’은 나폴리탄 괴담에 한국사를 접목했다.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은 괴담에 SF와 크리처물, 재난물, 블랙코미디를 버무렸고, ‘괴담출근’은 판타지와 오피스물의 문법을 더했다. 괴담이라는 공통된 출발점에서 각기 다른 장르적 변주가 이뤄지는 셈이다. 웹소설 연구자 신지원은 “괴담이 다양한 장르와 결합할 때 공포 요소는 비교적 옅어지지만, 각 장르가 어우러지며 큰 시너지를 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