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개통한 신압록강대교는 북한에게 중국과의 교역 확대를 뒷받침할 새로운 물류 기반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4일 당일치기 중국 방문을 하며 이 다리를 오갔고, “두 나라를 잇고 우리의 마음도 더 굳게 잇는 역사적인 사명을 의심할 바 없이 정확히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과의 밀착 의지를 강조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북·중 교역이 회복되는 상황에서 신압록강대교 개통이 북한의 물자 조달과 수출 판로 확대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그러나 중국과의 교역 확대가 경제적 의존 심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북한은 중국과의 경제적 연결을 활용해 경제 발전을 도모하면서도 대외관계의 자율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교역 회복 넘어 대중 수출 급증
교역 집중도가 높기 때문에 신의주-단둥 통로의 운영 상황이 북한의 대외무역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원료와 자재·소비재가 이 지역을 거쳐 북한 내륙으로 이동하고, 북한산 상품도 이 통로를 통해 중국 시장으로 반출된다. 왕복 4차선인 신압록강대교는 왕복 2차선 규모의 조중우의교에 비해 수송 능력이 큰 만큼 기존 교량에 집중된 물류 부담을 분산하고 북·중 간 육상 물류를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북·중 교역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이어진 국경 봉쇄가 해제되면서 빠르게 회복됐다. 3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대중 수입액은 22억9469만 달러로 코로나19 이전인 2018~2019년 대비 95.8% 수준을 회복했다. 올해도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는 2026년 1~8월 북한의 대중 수입액은 약 15억35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대중 수입 증가는 북한이 생산과 소비에 필요한 물자를 더 많이 확보하면서 공장 가동과 건설, 주민 생활에 필요한 경제활동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다. 특히 원료·자재와 중간재 수입은 공장 가동이나 건설사업 추진에 필요한 기반이 된다.
북한의 수출 증가도 주목할 만하다. 2026년 1~8월 북한의 대중 수출은 약 4억2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2.1% 증가했다. 8개월 만에 2025년 연간 수출액인 약 4억4100만 달러의 96%에 이른 것이다. 수출액이 201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환경에서도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 경제적 활로를 넓히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 수출은 가발·가수염·속눈썹(46.6%), 텅스텐 광(7.2%), 합금철(6.9%), 전기에너지(5.5%) 등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품목이 주를 이룬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발전·지역개발 뒷받침할 대중무역
북한은 올해 제9차 당대회에서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해 ‘경제의 안정적 운영과 점진적·질적 발전’을 주요 기조로 내세웠다. 지난 계획기간 구축한 생산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관리하면서 경제 전반의 내실을 다지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대외무역 활성화와 관광산업 육성도 주요 경제 과제로 제시했다.
신압록강대교 개통은 북한의 5개년 경제발전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북한이 지방공업과 주민 생활에 필요한 시설을 확충하려면 건설 단계의 자재 조달뿐 아니라 준공 이후의 지속적인 운영 여건도 확보해야 한다. 공장 가동에 필요한 원료와 부품, 설비 유지·보수용 자재가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시설을 갖추더라도 지속적인 생산이 이어지기 어렵다. 대외무역은 북한의 경제발전에 필요한 물자 공급과 생산·유통 체계를 뒷받침하는 기반이다. 경공업과 지방공업 생산품의 해외 판로를 확대하려는 북한의 정책 방향과도 연결된다.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신압록강대교 개통으로 본 북·중 경제관계의 변화’ 보고서에서 “실제로 중국 측 접경지역에서는 북한산 과자와 음료, 생수, 맥주 등 가공식품과 소비재가 판매되고 있다”며 “특히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라 지방공업공장과 함께 병원, 종합봉사소(복합생활서비스시설), 양곡관리소 등의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외무역의 원활한 운영은 국내 경제정책의 성과와도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신의주 일대의 생산·생활 기반 확충 사업 등 지방발전 사업 성과를 좌우하는 변수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북한은 2024년 여름 압록강 일대 수해 이후 신의주와 위화도 일대의 복구·개발사업을 추진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규모 온실단지와 채소과학연구시설은 물론 주택과 보건·생활편의시설 등이 들어선 신의주온실종합농장이다. 온실농장과 같은 대규모 생산시설은 건설 자체보다 준공 이후의 안정적인 운영이 중요하다. 농업 생산을 지속하려면 종자와 비료, 농업용 자재뿐 아니라 관개·환기·운반 설비의 유지·보수도 필요하다. 김 위원장이 5월31일 온실농장을 방문해 “농산작업의 기계화 비중을 늘리고 운반수단의 자동화를 실현하라는 것은 당에서 요구하는 중요한 정책적 문제”라고 강조한 것도 생산량 확대뿐 아니라 운영 효율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신압록강대교 개통은 신의주 일대 개발사업에 필요한 물자 조달과 생산시설의 안정적인 운영을 뒷받침하고, 북한의 지방발전 정책이 생산과 유통의 성과로 이어지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교역 확대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 강화
북·중 교역이 확대될수록 중국이 북한에 행사할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북한에 중국은 물자 조달과 교역, 외화 확보를 뒷받침하는 핵심 경제협력국인 반면, 중국의 대외경제관계에서 북한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교역 확대가 중국산 원료·자재와 상품의 유입을 넓히는 데 주로 활용된다면 북한의 대중 의존도는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주희 국립창원대 교수는 ‘북한 국경 재개 이후 북·중 접경지역의 교류질서 재편: 접경 거버넌스와 변경경제를 중심으로’에서 “북한이 필요로 하는 소비재와 중간재, 경공업 원부자재, 일부 식료품과 생활물자의 상당 부분이 중국과의 연결 속에서 조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경 재개는 곧 중국과의 경제적 연결이 다시 강화된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대중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중국과의 경제관계가 북한의 외교·안보적 선택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대외정책의 자율성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밀착을 강화하는 등 대외경제관계 다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이러한 구조적 부담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으로선 북한의 경제적 불안정과 접경지역 혼란을 방지해야 하는 동시에 대북제재 이행과 국제사회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교역량이 늘수록 제재 대상 물자의 이동과 금지된 거래를 감시할 필요성도 커지지만 중국이 공개적으로 제재를 위반하는 방식의 지원은 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동규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주변 정세의 안정을 중시하는 데다 시진핑 지도부의 정치적 권위와 대외적 입지를 고려할 때 북한과의 관계 강화로 국제사회의 부정적 여론을 키우는 선택은 피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이 제재를 공식적으로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나, 일부 위반 행위를 엄격하게 단속하지 않는 방식으로 북한을 사실상 지원할 가능성은 있다”며 “중국의 국경 관리 정책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양국 관계를 조절하는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