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경기 김포시에 사는 베트남 국적 판리황쩐(38)은 ‘산후조리원을 이용해봤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되물었다. ‘산후조리원’이라는 단어의 뜻을 몰라서다. 다문화가족의 산후조리원 이용료 감면과 어린이집 입소 등을 둘러싸고 연일 특혜 논란이 일고 있지만, 최근 만난 다문화가족 당사자들은 정작 이런 혜택을 이용해본 적도 없다고 답했다. 제도를 모르거나, 국공립 어린이집에 자리가 없어 이용하지 못한 이들은 오히려 논란이 자신과 자녀를 향한 비난으로 번지는 것을 걱정했다.
판리황쩐은 2015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그해와 이듬해 두 아이를 낳았다.
출산 후 산후조리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육아를 할 때 ‘남편이나 친정 가족의 도움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기 아빠가 너무 바빠서 다 혼자 키웠다”고 했다. 친정 가족은 모두 베트남에 살고 있다.
아이들은 우대 혜택이 있다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아닌 집 근처 민간 어린이집에 다녔다. 첫째가 5살일 때 “민재(가명)가 좀 이상해요”라는 유치원 선생님의 말에 병원을 찾았다가 자폐성 장애 진단을 받았다. 3년 전 남편이 질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에는 홀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별다른 수입 없이 기초생활보장 급여와 장애 관련 수당 등 월 150만원가량의 지원금으로 생활한다.
그의 하루는 아이들의 등하교와 치료 일정으로 채워진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11살 첫째를 오전 9시에 데려다주고, 수업이 끝나는 오후 1시30분에 데리고 온다. 첫째는 주 4일 재활치료를 받고, 금요일에는 장애인복지관에 간다. 둘째는 방과 후 수업을 들으며 오후 7시까지 학교에 남는다.
판리황쩐 가족이 다문화가족으로서 현재 받는 금전적 지원이나 ‘우대’는 따로 없었다. 가족센터 ‘선생님’이 와서 아이들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게 유일한 혜택이다. 지난주 다문화가족 관계 향상을 위해 가족센터가 지원하는 소통캠프를 다녀오긴 했다.
2014년 베트남에서 결혼이민을 온 박소희(36)씨 가족도 ‘다문화가족’에 맞벌이 가정이지만 산후조리원 이용료 감면이나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박씨는 “첫째 아이를 키울 땐 서울 온수동에서 살아서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를 신청했는데 대기인원이 많아 들어가지 못했고 3살까지 가정 어린이집에 보냈다. 4살부턴 개인형 어린이집을 다녔다”며 “다문화 입소 혜택을 받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박씨는 자신이 외국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이 따돌림을 당할까 걱정해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이름까지 바꿨다. 그러나 이번 논란이 불거진 뒤 그의 페이스북에는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댓글이 달렸다고 한다. 그는 “더 이상 비하받고 싶지 않아 다문화가족 혜택 폐지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족을 지원하는 김포시 가족센터 관계자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데 김포 같은 경우 국공립 어린이집이 다문화가족이라고 가산점을 주지 않고 3자녀 우대만 있다”며 “다문화가족 혜택은 요새 많이 없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다문화가족 우대 제도의 폐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거세졌다.
이 대통령은 서울형 안심 산후조리원의 다문화가족 산모 우선 이용을 비판한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게시글을 인용했다. 이주민 지원단체와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 논의가 특정 집단을 향한 차별과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사강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원은 “국가가 주도해 만든 지원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개선할 수 있지만, 특정 집단을 지목해 문제 삼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문화가족을 비롯한 이주민들은 오히려 사회복지제도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 다문화가족지원센터도 일반 가정을 함께 지원하는 가족센터로 바뀐 만큼 다문화가족만을 위한 특별한 지원이 별도로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전국이주인권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대통령의 이주민 차별 혐오 발언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랑토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는 “‘특혜’가 아니라 ‘다문화’라는 라벨을 붙인 채 일방적으로 강요되어 온 시혜적 서비스와 부당한 시선”이었다며 “이를 원하지 않는 이들에게까지 강제로 쥐여주고는 이제 와서 ‘특혜’를 들먹이며 다문화가족을 사회적 낭비의 주범으로 몰아가고 차별 혐오를 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