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수렁 나오니 中업체 진격… K배터리 ‘충전 전략’ 고심

이차전지업계, 위기 돌파 안간힘

ESS 시장 선전·전기차 수요 증가
빅3, 올해 3분기 수익성은 개선
CATL 등 中배터리 점유율 73%
양국업체 점유율 격차 더 벌어져

‘중국산 배제’ 북미 ESS 시장 공략
LMR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 도전

국내 이차전지 3사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이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좋은 실적을 기록하면서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 수렁에서 빠져 나왔다. 하지만 마음 놓고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배터리 시장 최대 경쟁자인 중국 업체들이 더 빠른 속도로 실적을 회복하고 있어서다. 이차전지 3사는 중국 업체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3일 이차전지 업계에 따르면 3사 모두 올해 3분기 수익성이 개선됐다. AI데이터센터 급증에 따라 새 먹거리로 떠오른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시장에서 선전하고, 전기차 수요 증가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이 회복한 덕분이다.

배터리 업계 맏형인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75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직전 2분기에 113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2분기의 7배에 달하는 수익을 3분기에 낸 것이다. 미국 정부가 지급하는 북미 생산 보조금 4169억원을 제외해도 흑자다. 1분기까지 적자행진을 기록했던 삼성SDI는 2분기에 2038억원, 3분기에는 4078억원을 벌어들이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SK온은 손실 규모를 줄였다. 올해 1분기 3492억원 적자를 낸 SK온은 3분기 손실액이 805억원으로 감소했다. 일회성 수익인 고객사 보상금이 실적에 반영된 2분기를 제외하면 실적은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 회복하고 있지만 마냥 속이 편하지는 않다.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입지가 좁아진 탓이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올해 1∼9월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을 분석한 결과 CATL을 포함한 중국계 배터리 7개사의 합산 점유율은 73%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국내 이차전지 3사의 합산 점유율은 12.6%로 4.1%포인트 하락했다. 양국 업체 간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52.8%포인트에서 올해 60.4%포인트로 벌어졌다. 중국 업체들이 시장 성장 속도보다 빠르게 공급을 늘리는 동안 국내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둔화한 결과다. ESS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는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전 세계 ESS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CATL을 필두로 유럽과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차전지 3사는 중국에 맞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미국 ESS 시장 공략과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집중한다.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주요 ESS 시설에 중국산 배터리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차전지 3사 모두 이 빈틈을 공략해 ESS 시장 매출을 늘린다는 목표다.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한국산 배터리는 공급망 다변화, 품질 신뢰성 및 북미 시장 대응 측면에서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며 “기존 중국산 배터리 사용 업체들이 국내 기업에 제품 사양과 공급 가능 물량, 가격 조건, 장기 계약 가능 여부 등을 계속 문의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차전지 시장 판도를 바꿀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한창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리튬망간리치(LMR)’ 배터리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LMR 배터리는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낮은 에너지 밀도, 삼원계(NCM) 배터리의 고비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상용화만 되면 현재의 이차전지 시장 판도를 단숨에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삼성SDI는 내부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로 사용하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도전한다.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물질을 사용해 안정성 측면에서 월등히 뛰어나다. 삼성SDI는 앞서 휴머노이드용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샘플)을 출시한 바 있다. 현재 고객 평가와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