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지방 중소기업과 가계의 부실이 늘자 지방 금융지주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이 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방 금융지주가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전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BNK금융지주 팩트북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대손충당금적립률은 76.1%로 관련 수치를 공시한 2016년 이후 가장 낮았다. JB금융지주의 적립률도 83.4%로 2017년 말(69.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4년 iM뱅크가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금융지주의 3분기 말 적립률은 89.9%였다. 세 금융지주를 합친 적립률은 81.2%로, 2017년 말(8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손충당금적립률은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 대비 금융사가 쌓아둔 대손충당금(대손준비금 제외)의 비율이다. 대출이 실제 손실로 이어질 때 이를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100%를 밑돌면 충당금이 부실채권보다 적다는 뜻이다.
적립률이 떨어진 것은 부실채권은 빠르게 늘었는데 충당금은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BNK·JB·iM금융지주의 9월 말 고정이하여신은 3조6596억원으로 1년 전(3조4030억원)보다 7.5% 늘었다. 같은 기간 대손충당금은 3조2322억원에서 2조9715억원으로 8.1% 줄었다. 충당금을 덜 쌓으면 당장은 이익이 늘어 보이지만, 연체가 실제 손실로 확정되면 비용을 한꺼번에 반영해야 해 향후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BNK금융지주는 9월 말 고정이하여신이 1조8641억원으로 1년 전(1조7497억원)보다 6.5% 늘었지만, 대손충당금은 9.9% 줄었다. JB금융지주는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이 6566억원에서 9529억원으로 45.1% 급증했고 대손충당금은 7081억원에서 7950억원으로 12.3% 늘어나는 데 그쳤다. iM금융지주는 부실채권 매각으로 고정이하여신이 9967억원에서 8426억원으로 15.5% 감소했지만 대손충당금이 9500억원에서 7575억원으로 20.3% 더 크게 줄면서 적립률은 95.3%에서 89.9%로 낮아졌다.
부실의 진원지는 지역 중소기업이다. 세 금융지주의 핵심 자회사인 지방은행 5곳(부산·경남·전북·광주·iM뱅크)의 9월 말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36%로 지난해 말(1.18%)보다 0.18%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0.74%에서 0.89%로 0.15%포인트 상승했다.
이상원 동아대 금융학과 교수는 “지역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나타난 현상”이라며 “신용이 좋은 지역 기업에는 시중은행이 낮은 금리로 대출을 내주기도 해 지방은행이 경쟁력을 갖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우량 고객이 시중은행으로 빠져나가면 지방은행에는 상대적으로 위험한 대출이 남아 건전성과 수익성을 함께 지키기 어려워진다.
수익 구조는 이자이익에 더 쏠렸다. 지방은행 5곳의 3분기(7∼9월) 이자이익은 1조4903억원으로 총영업이익(1조4169억원)보다 많았다. 비율로는 105.2%로, 1년 전(95.6%)보다 9.6%포인트 높아졌다. 이자이익이 총영업이익보다 많다는 것은 유가증권 이익 감소와 출연료·예금보험료 부담 등으로 비이자 부문 전체가 손실을 냈다는 뜻이다. 이자에 기대는 구조에서는 경기 둔화로 부실이 커지면 이자이익이 충당금 비용으로 빠르게 상쇄될 수 있다.
지방은행들은 활로를 찾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과 손잡고 있다. 부산은행은 카카오뱅크와, 광주은행은 토스뱅크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지방은행의 지역 영업 기반과 인터넷은행의 비대면 플랫폼을 결합해 고객층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이 교수는 “많은 지방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과 협력 범위를 넓히는 것처럼 경쟁력을 갖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전반적인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