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프랑스에서 일어난 냉장고 해킹 사건이 이번에는 유럽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온도 조절 소프트웨어에 접근해 매장 냉장·냉동고의 온도를 올리는 ‘사이버 식품 테러’ 형식으로, 배후는 오리무중이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벨기에와 에스토니아, 아일랜드, 핀란드,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스웨덴 7개국 소매업체 매장 115곳 이상에서 이날 냉장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들 냉장·냉동고 온도가 15∼50도까지 치솟으면서 안에 보관하던 육류·냉동식품 등을 폐기해야 했다. 냉동·냉장 시스템을 원격으로 조작해 냉장고와 냉동고를 성에 제거 모드로 전환해 온도를 높이는 방식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슈퍼마켓 체인 이카(ICA) 관계자는 통신에 “해킹 공격이 새벽 2시에 일어나 몇 시간 후에야 알아차렸다”며 “모든 것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프랑스에서 발생한 것과 유사한 사건이다. 당시 프랑스의 약 700개 매장 냉장고가 소프트웨어 해킹으로 온도가 50도까지 상승하며 화재가 발생하거나 식품이 손상돼 큰 피해를 봤다. 글로벌 사이버 보안기업 트리뷰텍의 패트릭 램플메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프랑스 사건 이후에도 수천대의 온도 조절기가 여전히 인터넷을 통해 접속 가능한 상태였다”며 “비용이 저렴하고 피해가 즉각적이기 때문에 공격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리스토프 한센 유럽연합(EU) 농업·식량 담당 집행위원은 반복되는 공격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우리의 식품 공급망을 교란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훼손하려는 고의적인 시도”라고 규탄했다.
배후를 자처한 곳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벨기에 사이버보안센터(CCB) 측은 “이번 공격의 배후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가디언은 “진열대에서 식료품이 사라진 모습을 목격했을 때 느끼는 심리적 충격은 분명하다”며 특정 국가와 연계된 세력일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봤다. 이어 “이번 사건의 경우 러시아·중국과 연계된 해커들이 용의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면서 “서방의 정보 책임자들은 러시아가 유럽에서 다양한 형태의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