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무죄 판결 이후 보수진영의 역학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당권을 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오 시장, 무소속 한동훈 의원 등 주요 인사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면서 보수통합과 차기 리더십을 둘러싼 논의도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4선 중진인 안철수 의원은 2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보수통합 논의에 인물보다 원칙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의원의 복당에 초점을 맞추면 당내 갈등을 키워 총선 승리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차기 당권을 두고 당 밖에 있는 오 시장이나 한 의원이 ‘대리인’을 내세울 수 있다는 관측에는 “당원들은 대리인을 찍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본인의 차기 전당대회 출마를 두고서도 “결정할 시기가 되면 고민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서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이 없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이 대통령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대 의견을 가진 국민과 야당을 ‘돼지’로 치부한다며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안 의원과의 일문일답.
―정치를 시작한 지 벌써 14년이 지났다.
“정치를 시작할 땐 이미 세상을 잘 아는데 별다를 게 있겠나 싶었다. 그런데 정치는 지하실이 있더라. (웃음) 정치를 안 했으면 세상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모르고 살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딱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원전’이다. 탄소중립을 지키면서도 AI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려면 원전밖에 없지 않나.
다만 기본적인 생각은 바뀐 게 없다. 결국 판단의 기준은 대한민국의 부강, 국민의 행복과 안전이다. 이것만큼은 물러설 수 없는 기준이다.”
―이재명정부를 평가한다면.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처 눈엔 부처만,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인다’고 했는데, 맥락상 본인은 부처고 반대 의견을 가진 국민과 야당은 전부 돼지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언어가 아니다. 본인은 해외 순방을 열심히 했다고 자신하는데, 성적이 안 좋은 학생이 야단치는 부모에게 ‘나는 열심히 했다’고 떼쓰는 것 같다. 민주 시민의 가장 기본적인 자질이 나와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는 거다. 심한 말로 표현하면, 이 대통령은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이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장관 인사가 연이어 실패했다.
“대통령의 가장 큰 권한은 뛰어난 인재를 공적인 일에 헌신하게 만드는 일이다. 깨끗하고 능력 있는 사람은 자기편이 아니더라도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수많은 인재 중에서 우리 편, 그중 내가 만나본 사람, 또 내 말을 잘 듣는 사람 중에 뽑고 있다. 제대로 될 리 없다.”
―오 시장 무죄 판결 전,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당내에서 보궐선거를 준비하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저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같은 당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오 시장의 무죄가 나오길 바라는 게 도리 아니겠나. 보궐이 열릴지 안 열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설레발치며 다니는 건 아니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의료 및 창업 경험이 있는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이 아직 많다. 이번에 준비하는 응급진료보호법이 대표적이다. 의사 출신으로서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을 보고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할 경우에도 응급환자 진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
―보수통합 논의를 어떻게 보나.
“결국 가장 큰 목표는 2028년 총선 승리다. 서로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사람들이 모이는 게 첫 단계고, 두 번째는 비판에 더해 대안을 내는 것이다. 지금은 논의가 한 사람의 복당에 맞춰져 있는데, 그러면 당내 갈등만 생긴다. ‘훈·훈(오세훈·한동훈)’ 연대도 친한파에서 만든 단어다. 오 시장 본인이 방송에서 할 생각 없다고 밝혔는데, 무슨 훈훈 연대가 되겠나. 원칙을 가지고 순차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원칙의 문제인가. 아니면 한동훈 의원을 문제로 보는 건가.
“원칙이다. 찬성과 반대로 나뉘는 순간 당은 분열한다. 원칙부터 세워 순서를 밟아나가는 게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방법이다. 이준석 의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원칙이다.”
―한 의원 복당은 언제 가능하다고 보나.
“상황에 따라 불가능할 수도, 가능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오히려 복당으로 당이 혼란에 빠지고 갈등만 생기면 총선 승리가 가능하겠나.”
―장동혁 대표에 대한 평가는.
“장 대표가 영남과 전통 지지층을 결집하고 여당에 대항하는 구심점을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한계는 수도권에서의 확장성이다. 제1당이 되기 위해선 무조건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 지금은 여권이 부동산 정책 때문에 지지율이 내려가고 있다. 반사이익은 기회일 뿐, 실력이 증명됐다는 뜻은 아니다.
결국 국민의 신뢰로 연결되려면 제대로 된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 여당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과거 ‘보수는 부패했지만 유능하다’라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은 유능함마저도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이를 되찾아야 한다.”
―차기 당권을 두고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
“제가 당대표를 네 번 했다. 현역 중에서 제일 많이 해본 사람이다. 경험에서 말하자면, 대표가 자기만의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당원을 설득해야 지지를 받는다. 당원이 ‘대리인’을 찍진 않는다. 중진 중에서 대리인 얘기가 나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중진이 누군가의 대리인을 하는 게 말이 되나.”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할 생각이 있나.
“지금은 전당대회 생각을 안 하고 있다. 언제 열릴지 모르지 않나. 시기가 정해지면 그때부터 고민하면 된다.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주어진 일을 제일 열심히 하는 게 목표다. 다만 나중에 결정할 시기가 되면 어떤 일을 하는 게 대한민국과 당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지를 기준에 두고 고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