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탑승한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정부 주요 인사들의 여권번호 등 개인정보가 인터넷에 노출되면서 정부가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총괄하는 부서인 외교부는 이번 사고를 해킹이 아닌 정보 유출로 보고 관계기관과 함께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출 경로와 배경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3일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외교부는 사전에 해당 유출 사실을 확인한 즉시 관계기관에 수사와 조사를 요청했으며, 현재 경찰청을 비롯한 관계기관과 협조해 유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2일 악성코드 검사 온라인 사이트인 ‘바이러스토털(VirusTotal)’에는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동행한 인사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파일이 게시됐다. 해당 파일에는 이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성숙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현 국무총리)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의 생년월일과 여권번호, 여권 발급일 및 만료일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규명해야 할 의문은 적지 않다. 해당 자료가 외교부 내부 업무망인 인트라넷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 자료인지, 별도의 절차를 거쳐 외부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는지부터 확인이 필요하다. 자료가 외부로 나간 과정에 고의성이 있었는지, 단순 실수에 따른 것인지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대통령 순방에 관한 모든 자료는 보안문서로 관리되고 있다”며 “유출 경위와 배경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조해 철저하게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의전장실 직원이 해당 파일을 게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의전장실은 정상 해외 순방을 총괄하는 실무 부서로, 1호기 탑승 명단을 관리하고 있다. 해당 자료는 보안 접근 권한을 부여받은 직원들만 열람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러스토털 웹사이트도 외교부 내부에서 접속이 차단된 사이트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는 진상 규명과 별도로 대통령 내외를 포함한 피해 인원들의 여권 재발급 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지난 6월 대통령 순방 관련 업무에 사용된 PC와 이메일 등에 대한 기술적 점검을 포함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해당 사이트에 게시된 개인정보를 삭제하도록 조치하는 한편 추가 유출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에 나섰다. 아울러 이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개인정보위는 우선 사실관계 확인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유출 신고가 접수되거나 법 위반 혐의가 있는 등의 경우 사실관계 확인 및 직권 조사를 할 수 있다.
경찰도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수사대는 전날 공군1호기 탑승자 명단 유출 사실을 확인하고, 이날 개인정보법 위반 혐의로 정식 수사에 들어갔다. 해킹 사건의 경우 통상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수사가 이뤄지는데 경찰도 해킹보다 유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보안 사이트에서 개인정보는 차단된 상태라며 외교부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은 전국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2100여개 기관에 긴급 보안점검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번 보안점검은 미토스(Mythos) 등 최신 인공지능(AI) 기술의 등장으로 고도화되는 사이버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각 기관은 국정원이 제공한 체크리스트를 토대로 외부 인터넷과의 접점 등 보안 상태와 보안관제 체계 가동 여부, 보안패치 적용 여부 등을 점검하게 된다. 다만 이번 점검은 공군 1호기 개인정보 노출과는 무관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