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억 빌딩 내놓은 서장훈이 방송서 건물주 저격한 이유

26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서장훈이 폭발한 배경

방송인 서장훈이 26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서울 서초구 양재역 초역세권 빌딩을 450억원에 매물로 내놓았다.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0년 경매 시장에서 28억1700만원에 낙찰받았던 바로 그 건물이다. 호가대로 거래가 성사되면 세금을 제외하고도 손에 쥐는 차익만 28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연예계 대표 부동산 자산가인 그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수백억 시세 차익 뒤에 감춰진 분노…그가 카메라 앞에서 작정하고 입을 연 사연. JTBC·네이버 부동산 제공

땅집고 등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서초동에 위치한 다보빌딩이다. 지하 2층부터 지상 5층 규모의 상업용 빌딩으로 지하철 3호선과 신분당선이 교차하는 양재역 2번 출구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있다. 강남대로와 남부순환로가 만나는 코너 입지여서 유동인구와 차량 통행량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450억원이라는 막대한 매각 호가 소식과 함께 대중의 이목을 끈 것은 그가 방송에서 밝힌 임대 철학이다. 서장훈은 출연 중인 EBS 프로그램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에서 50년 차 약선 요리 연구가 이경애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접했다. 이경애는 과거 일수를 빌려 연 중국집이 대박이 나자, 그 상황이 탐났던 경쟁 업체가 건물을 통째로 매입하는 바람에 개업 6개월 만에 쫓겨나야 했다. 이후 남편이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나며 4년 동안 생이별을 겪었고, 어렵게 차린 커피숍마저 3년 만에 건물주의 일방적인 퇴거 통보로 문을 닫아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건물주들의 횡포에 눈물 흘린 소상공인 사연을 접하고 침묵을 깨고 꺼낸 그의 진심어린 한마디.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 화면 캡처

연달아 삶의 터전을 잃은 절망적인 사연을 들은 서장훈은 “건물주들은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참고로 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세입자를 먼저 내보낸 적이 없다”며 임대 원칙을 밝혔다.

 

실제로 그는 주변 시세보다 낮은 수준으로 임대료를 책정하고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도 임대료를 인하하는 등 상생을 실천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450억원이라는 엄청난 자산 가치를 지닌 건물이 되었음에도 그 안에 입주한 음식점, 한의원 등의 세입자들이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이다. 자영업자가 겪는 무자비한 퇴거의 서러움을 누구보다 깊이 공감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서장훈의 이러한 태도는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과 무관하지 않다. 연세대학교 시절부터 한국 농구의 전설로 군림하며 KBL 통산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운 그는 언제나 승부의 최전선에 있었다. 상대의 거센 견제와 부상을 이겨내며 코트 위를 지배했던 승부사 기질은 방송가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코트 위를 지배했던 승부사 기질은 예능과 자본 시장에서도 통했다. 그가 쌓아 올린 또 다른 기록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은퇴 후 6개월의 방황 끝에 우연히 발을 들인 예능계에서 그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했다. 초기에는 차가운 이미지로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특유의 현실 감각과 묵직한 입담으로 대중의 편견을 깨부쉈다. 그는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1000만원 이상 회식하는 건 괜찮냐”는 질문에 쿨하게 “네”라고 답해 화제가 될 정도로 연예계 최고 자산가 반열에 올랐음에도 본인의 커리어와 과거를 가볍게 소비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농구에 대한 확고한 자존심을 예능 판에서도 타협 없이 고수하는 이유다.

 

화려한 방송 활동과 거대 부동산 자산 뒤에는 꾸준한 기부와 나눔이 있었다. 현역 시절부터 자유투 1점당 기부금을 적립하는 것은 물론 루게릭병 환우 후원과 소아암 어린이 치료비 지원 등 남모를 선행을 이어왔다. 은퇴 시즌에는 연봉 전액에 사비를 더해 모교에 장학금을 쾌척했고, 사랑의 열매 고액 기부자 모임에 이름을 올리며 사회에 온기를 더했다.

건물은 떠나도 사람을 남긴 그의 철학은 오래도록 깊은 울림을 남긴다. 자본 시장이 배워야 할 최소한의 품격. SM C&C 제공

수백억원의 자산을 일구고도 세입자와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두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그의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냉혹한 자본 시장에서 부(富)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품격이 무엇인지 서장훈은 직접 행동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양재역 초역세권 빌딩의 매각 성사 여부를 떠나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세입자를 단 한 번도 내보내지 않았다는 그의 한마디가 오래도록 울림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