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원전·방산·에너지·과학기술 등 분야의 실질 협력을 강화했다. 두 정상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튀르키예 용사들을 기리며 “피로 맺어진 깊은 우정”을 토대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양국 협력 지평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가진 공동언론발표에서 “양국은 튀르키예 시놉 원전 건설 사업을 위한 협력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한다”며 “이러한 성과에서 한발 더 나아가 원전 프로젝트 금융 협력 MOU(양해각서)를 체결해 우리 기업의 튀르키예 신규 원전 사업 참여를 선제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놉 원전은 흑해 연안 지역에 건설 예정인 대형 원전으로, 한국전력공사가 2023년 예비입찰서를 제출해 참여를 공식화한 바 있다.
양국은 원전을 포함해 과학·기술·혁신, 천연자원 및 광업, 에너지, 투자 협력을 위한 MOU 5건을 체결했다. 과학·기술·혁신 협력 MOU를 토대로 양국은 인공지능(AI), 바이오, 첨단 통신 및 소재 등 6대 분야를 중심으로 공동 연구개발(R&D)에 나선다. 두 나라 간 첫 과학기술공동위원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한·튀르키예 에너지 전환 포럼을 신설, 구체적인 협력 사업을 발굴키로 했다. 핵심광물과 희토류 협력도 더욱 강화한다. 이 대통령은 “자원·광업 분야에서 정부 간 협력 채널을 마련하고, 양국 간 기술·투자 협력 기반을 확대함으로써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방산 분야의 실질 협력도 확대됐다. 이 대통령은 “공동생산과 기술협력을 확대하고, 양국 기업의 제3국 공동진출을 함께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107억달러(약 14조4000억원)를 넘어선 양국 간 교역 규모도 더욱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양국 자유무역협정(FTA) 개선을 위한 협의를 조속히 마무리 짓자고 했다.
한반도·중동 정세 관련 현안도 회담 테이블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오늘 회담을 통해 우리 대북정책에 대한 튀르키예 정부의 일관된 지지를 재확인했으며,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회담 후 이어진 국빈만찬에서 이 대통령은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 중 ‘누군가 찾아온다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오는 것이다’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에르도안) 대통령님의 방문이 양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함께 열어갈 미래의 만남을 상징한다”고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답사에서 “76년 전 우리 용감한 장병들의 희생으로 혈맹관계로 발전한 양국 관계가 오늘날에도 각별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찬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등 기업인과 2023년 튀르키예 대지진 당시 현지 생존자 구조에 기여한 양영안 소방경을 비롯해 양국 인사 80여명이 참석했다. 만찬 메뉴로는 한국의 양념갈비를 튀르키예 대표 음식인 케밥 방식으로 준비한 할랄 양념갈비 케밥, 토종쌀 비빔밥과 맑은 섭국 등이 제공됐다.
이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취미가 농구인 점을 고려해 홍삼 선물세트와 한국 농구 국가대표 유니폼도 선물로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