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가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에 큰 폭으로 내렸다. 10월30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전날보다 1.09% 하락한 5만1770.31에 거래를 마쳤고, 대형주 500개로 구성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82% 내린 7580.07,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 종합지수는 2.86% 떨어진 2만5437.00을 기록했다. AP통신은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규모와 기업가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대됐다고 전했다.
이번 급락에도 미국 주식시장의 중장기 흐름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AP통신 집계 기준으로 지난주 S&P500과 다우 지수는 각각 0.6%, 0.9% 내렸고 나스닥도 2.0% 하락했지만, 연초 후 상승률은 10월30일 기준 각각 10.7%, 7.7%, 9.4%로 모두 ‘플러스’를 지키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 증시가 여러 차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쓴 가운데 기술기업의 실적과 AI 투자의 수익성을 둘러싼 평가에 따라 단기 변동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미국 주식시장의 흐름을 설명할 때 가장 널리 쓰이는 지표가 다우, S&P500, 나스닥 등 3대 주가지수다. 모두 미국 증시를 대표하지만, 구성 종목과 산출방식, 산업별 비중이 달라 한날에도 서로 다르게 움직인다.
이 가운데 가장 역사가 긴 지수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다. 1896년 찰스 다우가 만든 이 지수는 미국을 대표하는 우량기업 30곳의 주가를 바탕으로 산출한다. 이름에 ‘산업’이 들어가지만, 지금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금융과 정보기술, 소비재, 헬스케어 등 여러 업종의 대형기업을 두루 포함한다. 특징은 시가총액이 아니라 주가를 기준으로 종목별 가중치를 두는 점이다. 주가가 높은 종목일수록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더라도 주가 수준이 낮으면 지수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S&P500지수는 미국 대형주 시장 전반의 흐름을 살피는 데 유용하다. 주요 상장기업 500곳을 담되 유통주식 수를 반영한 시총 가중 방식을 적용한다. 지수를 산출하는 S&P 다우존스 인디시즈에 따르면 S&P500은 미국 주식시장 시총의 약 80%를 포괄한다. 글로벌 기관투자자와 연·기금, 자산운용사가 투자 성과를 견주는 기준 지수로 삼고,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상당수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덱스펀드가 이 지수를 따른다. 미국 기업의 실적과 주가 변화가 세계 금융시장으로 전달되는 주요 통로인 셈이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을 폭넓게 포함한다. 기술기업과 성장기업의 비중이 높아 AI와 반도체,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등 첨단산업의 투자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자주 인용된다. 나스닥100지수는 나스닥에 상장된 주요 비금융 기업을 중심으로 구성한 별도의 지수다.
최근 미국 증시의 가장 큰 변수는 AI 산업에 투입되는 대규모 투자와 기업의 실제 수익성이다. 주요 기술기업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 AI 모델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고, 이는 반도체와 전력설비, 냉각장치, 통신장비 등 관련 산업의 수요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투자 규모가 불어나면서 그만큼의 수익이 언제 나올지를 두고 시장의 검증도 강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급락은 이런 검증이 한꺼번에 드러난 장면이었다.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 9월까지 1년간 잉여현금 흐름이 420억달러를 넘는 유출을 기록해 종전 기록의 두 배 수준으로 벌어졌는데, 데이터센터 등 설비 투자가 급증한 결과다. 알파벳(구글 모회사) 주가는 20여년 만에 가장 큰 하락을 겪으며 하루 새 시총이 약 5000억달러 줄었고, 반도체 기업 인텔은 4분기 실적 전망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주가가 20%대 급락한 바 있다. 앞서 메타도 지난 26일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최대 950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발행하겠다고 밝힌 뒤 주가가 소폭 내렸었다.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정황도 속속 나타났다. 10월26일에는 AI 기업 앤트로픽이 나스닥 상장을 위한 공개 증권신고서(S-1)를 제출했다는 소식에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당시 S&P500은 0.70%, 나스닥은 0.83% 각각 올랐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8% 상승했다. 다만 이 반도체지수는 10월 한 달 전체로는 12.2% 하락해 AI 성장 기대와 투자비 부담에 대한 우려가 나타났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의 통화정책도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다. 연준은 지난 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동결하면서 경제활동은 강력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다고 밝혔다. FOMC 표결 결과 10대 2로 두 위원만 금리 인상을 주장했고,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내달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금리 변화는 기업의 차입비용과 투자계획뿐 아니라 주식 가치평가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먼 미래의 이익 기대가 주가에 크게 반영되는 성장기업은 금리가 오를 때 주가가 더 크게 조정받는 경향이 있다. 미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 글로벌 투자금의 이동이 뉴욕 증시의 주요 변수로 함께 다뤄지는 이유다.
최근의 증시 변동성은 경기침체 우려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기업 실적은 여전히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 가운데 83%가 시장의 이익 전망치를 웃돌았고, 3분기 전체 이익은 1년 전보다 29.5%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실적 자체는 탄탄하지만, 기대가 높아진 만큼 이를 채우지 못한 기업의 주가가 크게 조정받는 구조인 셈이다. 인텔의 급락이 그런 사례다.
미국 주식시장의 변화는 한국 자본시장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내 주요 기업이 반도체와 전력설비, 자동차, 배터리 등 전 세계 공급망에 들어가 있어 미국 기술기업의 투자계획과 자본지출 변화가 실적 전망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와 국채 수익률 변화는 원·달러 환율과 외국인 투자금의 이동, 국내 기업의 해외 자금 조달 비용과도 맞물린다.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가 늘면서 미국 빅테크(거대기술기업)의 실적과 연준의 결정은 국내 투자자에게도 큰 관심사가 됐다.
결국 미국 증시를 읽을 때는 주가지수의 등락뿐 아니라 지수별 구성 종목과 업종 수익률, 기업 실적, 금리, 투자금의 흐름을 함께 살펴야 한다. 다우와 S&P500, 나스닥 지수는 구성과 산출방식이 서로 달라 어느 하나만으로 미국 경제와 증시 전체를 판단하기 어렵다. 10월 마지막 거래일의 급락에도 3대 지수가 올해 들어 누적 기준 상승률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의 방향은 주요 기술기업의 투자 성과와 이익 전망, 물가와 금리, 그리고 증시 상승세가 다른 업종으로 얼마나 번지는지에 달려 있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뉴욕증권거래소(NYSE) 공동협력협의회 공동 대표, 한국거래소 공익대표 사외이사, 금융감독원 옴부즈만, 유가증권(KOSPI) 시장위원,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 협력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