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남정훈 기자]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네요. 선수들한테 취해서 잘릴 뻔 했다. 역적 될뻔 했네”
KT 이강철 감독이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승장 인터뷰에 들어서자 나지막이 속삭인 말이다.
KT는 이날 삼성 선발 최원태에게서 2이닝 만에 5점을 뺏어내며 쉽게 경기를 풀어갔다. 5회 한승택의 솔로포, 6회 김현수의 투런포로 8-0까지 앞서나가며 완승을 거두는 듯 했다. 선발 대니엘도 6회까진 2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투를 펼쳐보였다.
그러나 대니엘이 7회 구자욱에게 투런포를 맞았고, 디아즈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내려간 뒤부터는 내는 카드마다 족족 실패했다. 이강철 감독이 삼성의 좌타라인 봉쇄를 위해 꺼내든 ‘히든 카드’였던 로건 앨런 불펜 변신도 실패였다. 결국 마무리 박영현에게 ‘5아웃 세이브’를 맡긴 끝에 8-7로 간신히 승리했다.
이 감독은 “큰 경기는 역시 큰 것 한 방이 중요하다. 방심한 건 아닌데, 약간의 방심도 안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 경기였다”라면서 “5회 (한)승택이의 솔로포를 보면서 ‘이 홈런이 결정타겠다’라고 보다가 6회 (김)현수의 투런 홈런이 나를 긴장을 풀게 만든 것 같다”고 돌아봤다.
명투수 출신으로 누구보다 투수 교체에 일가견이 있는 이 감독이지만, 대니엘을 로건으로 바꾼 건 대실패였다. 이 감독 스스로도 “투수 교체 실수”라고 시인한 뒤 “원래는 로건보다는 오원석을 먼저 쓰려고 했는데, 점수 차가 8점까지 벌어지면서 잘못 생각한 것 같다. 로건을 좀 여유있는 상황에서 써볼까 하는 생각에 넣었다가 그게 미스가 됐다. 로건이 못 던진 건 아니다. 맞은 안타도 코스 안타거나 내야안타였다. 정타는 없었다. 어쨌든 결과론적으로 내 실수였다. 로건의 활용은 이제 정상적으로 돌려야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로건은 2차전부터 불펜으로 나오기보다는 4차전 선발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감독이 가장 아쉽게 본 장면은 8-3 상황에서 사이드암 김정운이 이재현에게 맞은 좌측담장 직격 2타점 적시타였다. 그는 “(김)정운이는 마무리인 (박)영현이 앞에 쓸 생각을 할 정도로 가장 괜찮다고 본 불펜 자원이었다. 근데, 그 점수를 주면서 뒤에 나온 투수들도 긴장 속에 던졌던 것 같다. 그 두 점을 안줬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대역전패의 위기에서 구해낸 박영현이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8-6으로 앞선 8회 1사 만루에서 구원 등판한 박영현은 폭투로 한 점을 내주긴 했지만, 아웃카운트 5개를 잡아내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특히 9회엔 세 타자를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내는 위력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이 감독은 “영현이는 될 수 있으면 9회에 등판시켜주고 싶었는데, 그게 마음처럼 안됐다. 영현이는 타고난 운명인 것 같다. 많이 던져야 하는...”이라면서 “근데 오늘 영현이가 영리하게 투구해 잘 막아줬다”고 제자를 치켜세웠다.
로건 불펜 카드를 접을 경우 대안을 묻자 이 감독은 “그래도 시즌 때 많이 썼던 (전)용주를 써야하지 않을까 싶다. 시즌 개막 때나 가을야구 첫 경기 때 투수 운영이 어렵다. 왜냐면 내 눈엔 공이 다 좋아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늘 이긴 덕분에 투수 운영이 정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쨌든 긍정적인 것은 삼성도 필승조를 써야했다는 것이다. 제가 이런 말을 할 처지는 아니지만, 좋은 영향이 될 것도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