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가 낀 욕실 타일에 락스를 뿌리고, 수전의 하얀 물때를 지우려고 식초를 덧뿌렸다. 청소가 더 잘될 것 같지만 호흡기를 다칠 수 있다.
락스의 주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이 식초 같은 산성 물질과 만나면 염소가스가 나온다. 환기가 안 되는 좁은 욕실에서 특히 위험하다. 락스가 남은 표면에 식초를 뿌릴 때는 물론, 두 액체가 배수구에서 섞여도 마찬가지다.
◆락스와 식초 섞으면 ‘염소가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락스를 다른 세정제나 소독제와 섞지 말라고 권고한다. 호흡기에 해로운 가스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CDC 연구 보고서에는 락스와 식초 등이 섞여 생긴 가스를 들이마시면 폐 조직이 심하게 손상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염소가스를 마시면 눈과 목이 따갑고 기침이 난다. 많이 마시면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이 오고, 심하면 폐부종으로 이어진다. 염소가스는 공기보다 무거워 낮은 곳에 고인다. CDC는 실내에서 염소가스가 생기면 바로 밖으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라고 안내한다.
청소 중 눈이 심하게 따갑거나 숨쉬기 어려우면 즉시 작업을 멈춘다. 안전하게 할 수 있다면 문과 창문을 열되, 가스를 빼겠다며 그 자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액체가 피부나 옷에 묻었으면 옷을 벗고 피부를 씻는다. 호흡곤란이나 가슴 통증이 있으면 119에 신고한다. 증상이 계속되거나 나중에 나타나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곰팡이 제거제 중에도 차아염소산나트륨이 든 제품이 있다. 사용 전에 성분표와 혼합 금지 문구를 확인해야 한다.
◆소주 섞으면 소독 효과? 알코올·락스 혼합도 금물
식초에 남은 소주를 섞으면 알코올 덕에 소독 효과가 높아진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소주 정도의 알코올 농도로는 충분한 소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CDC의 의료기관 소독 지침에 따르면 알코올의 최적 살균 농도는 60~90%다. 50% 미만으로 떨어지면 살균력이 급격히 약해진다. 알코올 도수가 10%대인 소주에 식초나 물을 더하면 농도는 더 낮아진다.
반대로 고농도 소독용 알코올을 락스와 섞는 것도 위험하다. 캐나다 교통부는 락스가 에탄올이나 이소프로필알코올과 반응하면 독성 물질인 클로로포름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섞을 때 나는 거품도 세정력이 세졌다는 증거는 아니다. 산과 염기가 반응해 이산화탄소가 나오면서 식초의 산성과 베이킹소다의 약한 염기성이 함께 줄어든다. 거품이 난다고 각각 쓸 때보다 때가 잘 지워진다고 볼 수 없다.
◆물때엔 식초, 대리석엔 금물
수전이나 샤워부스의 하얀 얼룩은 물속 칼슘·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이 남아 굳은 경우가 많다. 식초의 아세트산은 이런 침착물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문제는 표면 재질이다. 천연 대리석과 석회석은 탄산칼슘이 주성분이라 산에 약하다. 미국 천연석협회는 대리석, 석회석, 트래버틴에 식초나 레몬 성분이 든 세정제를 쓰지 말라고 안내한다.
산이 닿으면 표면이 부식되고 광택이 사라진다. 한번 손상된 부분은 물로 헹궈도 돌아오지 않는다. 식초를 쓸 수 있는 표면이라도 코팅이나 마감재에 따라 상할 수 있다. 수전, 유리, 타일, 천연석에 같은 세정제를 똑같이 쓰면 안 된다.
◆락스는 희석 비율보다 라벨부터
락스는 제품에 적힌 희석 비율과 용도를 확인하고 써야 한다. 차아염소산나트륨 농도와 사용 목적에 따라 알맞은 희석량이 다르다. CDC는 상온의 물로 희석하고 제품 사용 지침을 따르라고 권고한다.
분무기도 조심해야 한다. 소독액을 뿌리면 작은 방울이 공기 중에 퍼져 호흡기로 들어갈 수 있다. 제품에 분무 사용이 허용되는지 확인하고, 다른 용기에 옮겨 담을 때는 전에 쓰던 화학제품이 남아 있지 않은지 살핀다.
청소할 때는 충분히 환기하고 보호장갑을 낀다. 소독이 목적이면 제품에 정해진 접촉 시간을 지키고, 헹굼 여부는 라벨을 따른다. 다른 세정제를 바로 덧뿌리는 것은 피한다.
욕실을 청소할 때마다 락스를 쓸 필요도 없다. CDC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비누나 일반 세제로 닦는 것만으로 상당수 병원균이 제거된다고 설명한다. 집에 아픈 사람이 있거나 감염 위험이 커진 상황이 아니면 별도 소독은 대체로 필요 없다.
세정제는 오염 종류와 청소할 표면의 재질에 맞춰 선택해야 한다. 세척 효과를 높이겠다며 여러 제품을 섞으면 위험할 수 있다. 한 번에 한 제품만 사용하고, 제품에 표시된 사용법을 지키는 게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