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마라톤 대회의 잇따른 교통 통제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내년 대회의 일정과 코스, 교통통제 관리 강화에 나선다.
서울시는 4일 서울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도심 마라톤 관리 협의체’를 구성하고 2027년 도심 마라톤 대회의 일정과 코스, 교통 우회 방안 등 안전관리계획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 대형 마라톤 대회가 잇따라 열리면서 장시간 차량 정체와 시민 이동권 제약은 물론 소음과 쓰레기 문제까지 불거졌다.
특히 지난 1일 열린 마라톤에서는 광화문에서 올림픽공원, 상암에서 여의도까지 주요 도로가 통제됐다. 이로 인해 시내버스 190개 노선이 우회하는 등 교통 혼잡이 빚어지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SNS를 통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최 측에 코스 조정을 여러 차례 요청하며 협의했지만 끝내 대규모 불편을 막지 못했다”며 “내년 마라톤 대회 코스와 일정을 원점에서 다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 온라인선 ‘실내 마라톤’ 풍자
도심 마라톤으로 인한 시민 불편이 커지자 온라인에서도 이를 풍자하는 반응도 나왔다.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마라톤 아이디어 제시한다”는 글과 함께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이미지가 공유됐다.
이미지에는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한 마라토너들이 실내에 설치된 러닝머신 위에서 나란히 달리는 모습이 담겼다. 작성자는 “(러닝머신을 뛰어) 발전시킨 전기는 공공시설물로 송전한다”고 설명했다. 도심 도로를 통제하는 대신 실내에서 달리면서 전기까지 생산하자는 발상으로, 마라톤 대회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과 피로감을 반영한 풍자로 보인다.
◆ 서울시 후원 대회 줄였지만…교통통제 관리에 한계
실제 도심 마라톤 대회는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중앙정부가 후원하는 마라톤 대회는 지난해 1개에서 올해 23개로 급증했다.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교통통제가 이뤄진 횟수도 올해 30차례를 넘어섰다.
서울시는 올해 초 마라톤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대회 출발 시간을 앞당기고 장소별 참가 인원 상한을 설정하는 등 개선에 나섰다. 시가 후원하는 대회도 지난해 15개에서 올해 7개로 줄였다. 다만 마라톤 대회가 지자체의 허가나 승인 대상이 아닌 데다 도로 교통통제 권한도 경찰에 있어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
◆ 1000명 이상 행사 안전관리계획 사전 통보…내년 4월 시행
다행히 최근 국회에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가결되면서 제도적 관리 근거가 마련됐다. 내년 4월 2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안에 따르면 1000명 이상이 참가하는 체육행사의 주최자는 안전관리계획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사전 통보해야 한다. 지자체장은 해당 계획에 대한 보완을 요청할 수 있다.
서울시는 개정안 시행에 앞서 경찰 등 관계기관과 협의체를 구성해 대회별 일정과 코스, 교통 우회 방안 등을 면밀히 검토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관리 방안은 다음 달 공고할 예정이다.
아울러 내년 대회를 준비하는 주최 측에 안전관리계획 수립과 교통통제 협의가 끝나기 전까지 참가자 모집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성호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마라톤이 시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최근 도심 마라톤으로 인한 일반 시민의 불편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며 “관계기관과 협의체를 구성해 철저한 관리를 추진할 예정인 만큼 대회 주최 측의 자발적인 노력과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