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프 아저씨 보고 목욕템 사자”…고물가 속 SNS타고 젊어진 남대문시장 [밀착취재]

SNS 입소문에 그릇·목욕용품 찾아 남대문으로…젊은층 발길 이어져
고물가 속 저렴한 가격에 ‘보물찾기’ 재미까지…전통시장 매력 재발견
젊어진 시장에 웃는 상인들…“젊은 손님 늘고 매출도 올라”

“‘스카프 아저씨’ 보러 왔어요. 시장 온 김에 사우나 용품이랑 그릇도 사려고요.”

 

3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이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전민 인턴기자

 

3일 오후 3시10분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스카프 가게 앞은 흡사 아이돌 팬미팅 현장을 방불케 했다. 방문객들은 한 남성을 향해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이밀고 그가 말할 때마다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재치 있는 입담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른바 ‘남대문 스카프 아저씨’가 있었다. 그를 보기 위해 남대문시장을 찾았다는 주부 김은혜(35)씨는 “다음에 시간 되면 남대문시장에 또 오고 싶다”며 “사람들이 북적북적하고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스카프 아저씨’의 가게 앞 손님들이 모여있다. 전민 인턴기자

 

최근 남대문시장이 2030의 쇼핑 명소로 떠오르자 시장 분위기도 한층 젊어졌다. SNS에서 상점들이 입소문을 타고 고물가 속 저렴한 상품을 찾는 흐름이 맞물린 결과다. 이날도 평일 오후라는 말이 무색하게 남대문시장은 좁은 골목마다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특히 2030 젊은 손님들의 발길로 남대문은 기존 시장의 이미지와 달리 활기가 가득 찬 모습이다.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었던 상인들도 달라진 풍경을 크게 반기고 있다.

 

◆ 저렴한 가격에 SNS 입소문까지…골목마다 쇼핑객 북적

 

저렴한 가격은 젊은 세대가 남대문시장을 찾는 주된 이유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 상승했다. 고물가 속에서 비교적 저렴한 상품을 찾아 전통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시장에서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남대문시장을 찾았다는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스카프 아저씨’를 촬영하며 “꽃을 사러 온 김에 사심을 채우고 있었다”던 박모(32)씨는 “밖에서 꽃을 사는 것보다 시장이 더 저렴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직장 동료와 함께 처음으로 남대문시장을 찾은 이모(29)씨도 “남대문시장 물건이 저렴하고 들어서 두루두루 물건 구경하려고 시장을 찾았다”고 했다.

 

시장 곳곳에서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상점들이 눈에 띄었다. 회현역 5번 출구를 나서자마자 보이는 한 가게에는 스카프를 ‘2장에 5000원, 5장에 1만원’에 판매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근처 잠옷 가게에도 ‘1만원’이라는 가격표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다. 가게 앞을 지나던 한 시민은 “헉 저건 만원이야!”라며 놀라기도 했다.

 

3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그릇도매상가에서 방문객들이 다양한 그릇을 살펴보고 있다. 전민 인턴기자

 

젊은이들에게 남대문시장의 매력이 널리 알려진 것은 SNS 영향이 크다. 이날 만난 20·30대들은 “SNS를 보고 왔다”고 입 모아 말했다. 친구와 함께 시장을 찾은 홍해지(29)씨는 “인스타 보고 목욕용품 사러 왔다”며 “이 비누가 좋다고 하길래 비누랑 때밀이를 샀다”고 말했다. 반차를 내고 시장에 왔다는 직장인 박모(34)씨도 “그릇이랑 옥반지가 인스타에 많이 떠서 구경하러 왔다”고 했다.

 

다양한 상품을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다는 점도 시장의 큰 장점이다. 시장 골목마다 사우나 용품부터 그릇, 스카프, 잠옷, 가방, 액세서리, 열쇠고리(키링)까지 여러 상품이 진열돼 있었다. 방문객들은 가게 앞에 멈춰 서서 물건을 살펴보거나 가격을 비교하기 바빴다.

 

그릇 도매상가에서 컵을 구경하던 윤정아(24)씨는 “마침 집에 컵이 없어서 회사 쉬는 날이라 사러 왔다”면서 “온라인으로 사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직접 물건을 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릇 상점을 운영하는 박근대(38)씨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젊은 분들이 코로나 이후 밖에서 술을 안 먹고 집에서 예쁜 그릇에 담아 먹는 걸 선호하게 되면서 그릇 인기가 많아진 것 같다”면서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제일 많다”고 말했다.

 

◆ “시장 젊어졌다”…상인들도 달라진 분위기에 반색

 

3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골목이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전민 인턴기자

 

상인들은 180도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체감하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남대문시장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강모(61)씨는 “예전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20대, 30대 젊은층이 많아서 시장이 젊어졌다”면서 “토요일만 되면 사람이 밀려다닐 정도”라고 설명했다.

 

젊은 방문객의 유입이 실제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반응도 나왔다. 강씨는 “사람 없는 것보다 있는 게 훨씬 좋고 게다가 젊은 층이라서 더 좋다”며 “세 달 전이랑 비교하면 매출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수십년 동안 남대문시장에서 목욕용품을 판매해 온 백발의 상인도 “옛날에는 사람이 많았지만 코로나 이후부터는 가게들이 다 문을 닫았는데 젊은 사람들이 나와주니까 경기도 활성화되고 좋다”면서 “원래는 젊은이들이 전통시장을 전혀 몰랐는데 이제는 정겹게 생각하는 이미지로 변하는 분위기라 전통시장의 미래도 기대해 볼 만한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젊은 세대가 남대문시장에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깔끔하게 정렬돼 있는 쇼핑센터보다 무언가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시장에서 소비를 놀이처럼 여기는 젊은 세대가 흥미를 느끼는 것”이라면서 “물건이 저렴하고 쇼핑센터와 다르게 하나의 카테고리에 대해 훨씬 많은 상품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인기를 끄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