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람만 몰래 이용한 1400년된 온천, 국립공원 금정산 단풍과 함께 [여행+]

부산 동래온천, 지난달 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국립공원으로 첫 가을 맞은 금정산 단풍, 무료 족욕 가능
부산 동래구 온천동에 서 있는 온정개건비. 1766년 동래부사 강필리가 온천을 고쳐 쌓은 일을 기려 세운 비석이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단풍 산행과 온천욕을 하루에 묶을 수 있는 곳이 부산 도심에 있다. 올해 국립공원이 된 금정산 자락 아래, 신라 재상이 몸을 씻고 돌아갔다는 기록이 남은 동래온천이다. 1400년 내력의 온천은 지난달 정부가 지정한 ‘온천도시’라는 이름을 새로 얻었다.

 

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부산 동래구 동래온천지구는 지난달 1일 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로 지정됐다. 앞서 2023년 충북 충주, 충남 아산, 경남 창녕 세 곳이 지정됐다.

 

동래온천의 물은 70.3도로 창녕 부곡온천의 78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뜨겁다. 한 해 이용객은 200만명에 이른다. 동래구는 금정산 국립공원 등 주변 관광자원과 온천을 이어 치유·휴식 관광지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진명기 행안부 자치혁신실장은 “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로 지정받은 동래온천은 도심 속에서 지역 주민과 관광객에게 한층 수준 높은 휴식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온천 명소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의 온천시설 허심청 내부. 둥근 유리 돔 천장 아래 여러 개의 탕이 모여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 온천 다녀오던 재상, 꿩을 보고 절을 세웠다

 

동래온천이 처음 이름을 올린 기록은 ‘삼국유사’다. 권3 탑상편의 ‘영취사’ 조는 신라 신문왕 때 재상 충원공이 장산국, 곧 동래현의 온정에서 목욕하고 도성으로 돌아가던 길의 일을 적고 있다.

 

굴정역 동지야에 이르렀을 때 매 한 마리가 꿩을 쫓았다. 꿩은 산을 넘어 사라졌고, 뒤를 밟아 보니 굴정현 관아 북쪽 우물가였다. 꿩은 우물 속에서 새끼 두 마리를 품고 있었고, 매는 나무 위에 앉은 채 차마 덮치지 못하고 있었다.

 

이를 본 충원공은 왕에게 아뢰어 그 자리에 절을 세웠다. 영취사다. 원문은 절을 연 해를 영순 2년, 683년으로 적고 있다.

 

조선 시대 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도 이 온천을 적었다. 동래현 북쪽 5리에 있는 온정은 닭을 익힐 만큼 뜨겁고 병자가 목욕하면 곧 낫는다는 것이다. 신라 왕이 여러 번 찾아와 돌을 쌓고 네 모퉁이에 구리 기둥을 세웠는데 그 구멍이 아직 남아 있다는 대목도 있다.

 

마을에는 백로가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을 본 주민이 얕은 샘을 파고 목욕한 것이 온천의 시작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나무 테를 두른 허심청의 온천탕에 물줄기가 떨어지고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 돌탕 두 개에서 온천도시까지

 

온천장 한복판에는 이 온천이 고쳐 지어진 내력을 새긴 비석이 남아 있다. 1766년 동래부사 강필리가 온천을 크게 고쳐 쌓은 공을 기려 세운 온정개건비다. 높이 144㎝의 화강암 비석 앞에는 돌로 만든 욕조가 남아 있다.

 

비문에 따르면 1691년 돌로 탕 두 개를 만들고 지붕을 덮었다. 이후 건물이 낡고 탕이 막히자 강필리가 다시 지었고, 1851년에는 나무 탕을 돌로 바꿨다.

 

근대식 개발은 1910년 이후 일본인들의 손에서 시작됐다. 온천장 인근 금강공원도 그 시절과 닿아 있다. 일본 상인이 금정산 자락 일부를 개인 정원으로 꾸민 곳이 광복 뒤 공원이 됐다. 이름은 금정산이 금강산에 버금간다는 뜻의 ‘소금강’에서 따왔다.

 

이후 온천공이 무질서하게 뚫리자 동래온천은 1970년 관광지, 1981년 온천지구로 지정됐다. 그리고 지난달 온천도시라는 이름을 하나 더 얻었다.

 

◆ 국립공원으로 맞는 금정산의 첫 가을

 

온천 뒤편 금정산은 올해 국립공원으로 첫 가을을 맞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해 11월28일 금정산을 24번째 국립공원으로 고시했고, 지정 효력은 올해 3월3일부터 생겼다.

 

면적은 66.859㎢로 78%가 부산 6개 자치구에, 22%가 경남 양산시에 걸쳐 있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국내 첫 도심형 국립공원이다. 기존 도립·군립공원이 아니던 곳을 국립공원으로 새로 지정한 것은 1987년 소백산 이후 처음이다.

 

단풍은 이제 남쪽에서 절정을 향한다. 한국관광공사와 국립수목원이 지난달 8일 공개한 ‘2026 단풍지도’는 경상권과 전라권 단풍이 11월 초중순 절정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 아래 돌담 사이로 난 계단을 한 사람이 걸어 내려가고 있다. 부산 범어사. 2023년 11월 촬영. 사진=한국관광공사(황보달) 제공

◆ 금빛 물고기가 놀던 샘, 절 이름이 되다

 

금정산 동쪽 기슭의 범어사는 678년 의상대사가 세운 절이다.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와 함께 남도 3대 사찰로 꼽힌다.

 

산과 절의 이름은 산마루 바위 위의 샘에서 나왔다. 조선 초기 지리서들은 금정산 꼭대기 바위에 둘레 10자 남짓한 샘이 있는데, 금빛 물고기가 오색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그 안에서 놀았다고 적었다. 금빛 우물이라는 뜻의 ‘금정’이 산 이름이 됐고, 범어사는 절 이름을 ‘범천에서 내려온 금빛 물고기의 절’로 풀이한다. 이 바위샘은 ‘금샘’이라는 이름으로 부산시 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탄 절은 1613년 묘전 스님 등이 다시 일으켜 세웠다. 대웅전은 보물이다.

 

그 대웅전 안 벽화는 지난 6월 보물이 됐다. 국가유산청이 지정한 ‘부산 범어사 대웅전 벽화’는 대웅전 동·서쪽 벽에 그려진 불화 4점이다. 주불단 뒷벽의 영산회상도를 가운데 두고 동쪽 벽에 약사여래삼존도, 서쪽 벽에 아미타여래삼존도가 있고, 양쪽 문 위 벽에는 관음보살도와 달마·혜가단비도가 그려져 있다.

 

석가·약사·아미타 세 부처의 세계를 한 공간에 펼친 벽화와 관음보살·달마대사 벽화가 함께 남은 곳은 범어사 대웅전뿐이라는 게 국가유산청 설명이다. 보수 과정에서 덧칠하지 않아 원형이 잘 남아 있어 18세기 전반 영남 지역 화승들의 활동을 살필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됐다.

 

범어사에는 ‘삼국유사’도 전한다. 충원공의 온천 이야기가 실린 권3이 아니라 권4·5를 묶은 한 책으로, 범어사 초대 주지 오성월이 1907년쯤 절에 기증한 것으로 전해진다. 1394년 처음 판각된 뒤 가장 일찍 찍어낸 자료로 평가돼 국보로 지정됐다. 범어사를 세운 의상대사의 행적을 담은 ‘의상전교’ 조가 이 책에 실려 있다.

 

계단 위 승강장에 선 부산 금강공원 케이블카.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 산에서 내려와 족욕까지

 

한편 동래온천지구는 부산도시철도 1호선 온천장역 일대에 모여 있고, 지하철 1·3·4호선과 동해남부선 등 광역 교통망을 갖춰 도심에서 닿기 쉽다.

 

한국관광공사 관광정보에 따르면 온천장 한가운데 있는 노천족욕탕은 용머리 조형물에서 나오는 온천수에 발을 담글 수 있는 곳으로, 입장료가 없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열고 월·화요일에는 쉰다.

 

1966년 만든 금강공원 케이블카도 옛 모습 그대로 다닌다. 11월에는 평일 오전 10시∼오후 5시30분, 주말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에 운행하고 월요일에는 쉰다. 범어사는 연중무휴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