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바이낸스 해킹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것에 재차 반발하며 미국에 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비핵화 압박과 한·미·일 군사협력, 제재·인권 문제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는 현 상황에선 대화에 나설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미 대화 재개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핵보유국 지위 존중과 적대시정책 철회가 이뤄진다면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모습이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4일 조선중앙통신에 낸 담화에서 “평화수호를 위한 선택지에는 분명 대화가 포함돼있지만 이는 우리에게 있어 국가이익과 반드시 동일시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대화에 여지를 두면서도 대화 자체를 우선시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읽힌다.
김 부장은 “지금 미국이 지속적으로 발신해오는 우리 국가에 대한 적대적 신호는 우리로 하여금 미국이라는 실체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재고하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를 겨냥해 비핵화, 인권, 싸이버, 제재, 군사 등 적대적인 각 방면에서 연일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바이낸스' 해킹사건을 그 어떤 우연적이고 돌발적인 사고나 고립된 사안으로 보지 않으며 워싱톤의 변함없는 대조선 적대시정책의 연장선에서 고찰하고 있다”며 “이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 포기가 모든 문제 해결의 대전제이며 기본 열쇠라는 데 대해 한두 번만 밝히지 않았으며 그러한 맥락에서 볼 때 확실히 미국의 이번 행위가 역행성 행보라는 것은 두말할 여지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화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대결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며 평화에 대해 논하지만 전쟁연습과 군사동맹 강화를 무엇보다 선호하며 관계 개선에 대해 설교하지만 상대방의 주권과 권익에 대한 존중을 회피하고 있는 이러한 비신뢰적이고 적대적인 사람들과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명백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시정책 실행에서 새로운 기록들이 세워지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우리의 반사적 대응에서도 새로운 기록들이 창조돼야 마땅하다”고 언급하며 군사적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김 부장 명의의 바이낸스 사태 관련 담화는 지난 2일에 이어 이날 두 번째다. 북한이 그간 불법 사이버 범죄에 대한 비판에 반응하지 않거나 외무성 차원에서 대응해 온 것과 달리, 김 부장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최고위급인 김 부장이 직접 ‘대화’를 거론하면서도 국가이익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은 점에서 북·미 대화 가능성을 닫아놓진 않은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미국이 대화를 원한다면 대북적대시정책 폐기로 대화와 국가이익의 일치 명분을 달라는 의미를 내포한다”며 “대화 불발의 책임전가도 염두에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발신하는 일련의 압박성 메시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