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가 끝난 뒤 투표록을 위·변조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포착됐다. 특별검사팀은 최소 40여곳의 투표소에서 기록이 조작된 것으로 보고 중앙선관위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4일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특검 이태한)에 따르면 특검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중앙선관위원장실과 사무총장실 등 10개 부서가 대상이며, 특검보 1명과 검사 4명, 디지털 포렌식 수사관 14명 등 총 44명이 투입됐다.
특검은 이번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해 일련번호가 인쇄되지 않은 이른바 ‘무번호 투표용지’가 전국 140여 곳의 투표소에 배포되어 실제 사용된 것으로 파악했다. 공직선거법은 투표용지에 일련번호를 인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선거가 끝난 뒤 작성된 기록에서 불거졌다. 특검은 중앙선관위가 선거관리 부실에 따른 법적 책임을 우려해 각급 선관위에 투표록을 사후 수정하도록 지시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은 정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투표록은 투표용지의 수급과 교부 내역, 투표 진행 상황 등을 기록하는 공식 문서다. 투표 당일 어떤 문제가 발생했고 현장에서 어떻게 대응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공직선거법에 따라 보존해야 한다.
그러나 특검에 따르면 일부 선관위는 선거가 끝난 뒤 투표록에 무번호 투표용지의 일련번호를 임의로 기입하거나, 투표용지 부족을 사전에 보고했다는 등의 내용을 특이사항란에 허위로 추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진우 특검보는 “위·변조된 투표록이 발견된 곳은 무번호 용지가 배포된 140여곳 중 최소 40여곳”이라며 “조작된 투표록은 중앙선관위에 취합된 뒤 국회 등 관계 기관에도 진실을 숨긴 채 그대로 제출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특검은 압수수색 영장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직무유기 혐의 등을 적시했다. 확보한 문서와 전자정보를 분석해 투표록 수정 지시가 내려진 경위와 중앙선관위 지휘부의 관여 여부를 규명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