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청 검사와 특검팀 검사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1973년 10월20일은 토요일이었다. 그날 오후 미국 백악관에서 벌어진 일은 오늘날 ‘토요일 밤의 학살’(Saturday Night Massacre)로 불린다.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2년 대선을 앞두고 연임을 위해 야당인 민주당 사무실을 도청하려 했다는 이른바 ‘워터게이트 스캔들’에 휘말려 있었다. 비록 닉슨은 재선에 성공했으나 워터게이트 의혹은 특별검사팀에 넘겨져 시시각각 현직 대통령의 목을 조여들었다. 급기야 닉슨이 아치볼드 콜스 특검을 해임하고, 이에 반대하는 법무부 장관 및 부장관까지 함께 날려 버린 것이 바로 토요일 밤의 학살이다.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공소청(옛 대검찰청) 본관의 모습. 정부는 10월2일을 기해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중대범죄수사청)와 기소(공소청) 기능을 분리하는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를 출범시켰다. 뉴시스

무슨 광인(狂人)이나 폭군(暴君)을 연상케 하는 닉슨의 사악한 행동에도 이후 미국 역사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오늘날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특검 해임에 성난 여론을 의식한 듯 닉슨은 새롭게 레온 자워스키 특검을 임명했다. 자워스키는 닉슨과 통하는 보수 성향 법조인이었으나, ‘법치주의’ 수호에 대한 신념만은 확고했다. 닉슨 행정부의 기밀 자료를 달라는 특검팀의 요구는 계속됐고, 연방대법원은 1974년 7월 말 관여 대법관 8명 만장일치 의견으로 “자료를 제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닉슨은 그해 8월 초 스스로 대통령에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미국 사례에서 보듯 특검 제도는 현 정권, 그러니까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 의혹 수사가 원래 목적이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행정부 지휘를 받는 기존 검찰 조직으로는 정치적 중립성 담보가 어려우니, 지휘 체계에서 벗어난 독자적인 팀을 꾸려서 공정하게 수사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현 이재명정부 들어 출범한 특검팀들은 거의 대부분 전임 윤석열정부 시절의 사건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앞으로 출범할 일명 ‘조작 기소’ 특검팀도 마찬가지다. 조작 기소가 맞다면 향후 법원에서 무죄 또는 공소 기각 판결을 받을 것이 뻔한데 무슨 특검이 필요한가.

 

국회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서영교 의원(왼쪽)이 4일 법사위 전체 회의 도중 국민의힘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작 기소’ 특검법안 기습 상정에 항의하자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검사의 수사권을 폐지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드물게도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할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특검팀이 꾸려지면 거기에 파견된 검사들은 ‘임시로’ 수사권을 갖는다. “검사들의 수사권 남용으로 나라가 망했다”며 검찰 폐지를 밀어붙이고 그 대신 공소청을 세운 이들이 정작 자신에게 유리한 사안이다 싶으면 검사들로 구성된 특검팀을 만든다. 수사권 없는 공소청 검사들을 향해 ‘특검에 와서 네 능력을 발휘해 봐’ 부추기는 격이다. 세상에 이런 코미디가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