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탑승한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정부 주요 인사들의 여권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을 계기로 외교부 등 관계기관의 대통령 순방 정보 공유·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해킹이 아닌 정보 유출에 무게가 실리는 만큼, 대통령 순방 준비 과정에서 정보가 어떤 경로로 생성·전달되는지 등 실무 절차 전반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출된 정보가 약 5개월간 방치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사후 보안 관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외교부는 상황을 인지한 뒤 긴급 보안 점검을 실시해 무단·비정상 접근 여부 등을 확인했고, 해킹보다는 문서 유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외교부 문서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유출된 파일이 ‘외교부 형식’이라는 점도 인정했다.
해당 파일은 탑승자의 개인정보를 기재하고 공군 1호기의 이착륙 절차 등을 방문국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공군, 재외공관 등 여러 관계기관에 공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외교부 내부 직원뿐 아니라 자료를 전달받은 다른 기관에서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순방 대상국의 재외공관을 통해 현지 관계자들에게도 명단이 전달되는 만큼 해외에서 유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유출된 일부 파일의 작성자명에 벨기에식 이름인 ‘브루노(Bruno)’가 표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벨기에 등 당시 유럽 순방국의 현지 관계자가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4일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감한 개인정보의 관계기관 간 공유·관리 절차의 적절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상 순방 과정에서 정보 공유 자체는 불가피하다. 출입국 절차 간소화, 공항 의전 지원 등을 위해 대통령실과 경호처, 공항·출입국 당국, 재외공관 등 관계기관에 탑승자 정보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석빈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특임교수는 “신속하고 편리하게 업무를 처리하려면 여러 기관이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정보 유출 위험도 커질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은 관련 절차나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용준 극동대 해킹보안학과 교수는 “1호기 탑승자 정보는 의전과 관련해 높은 수준의 보안이 필요한 정보다. 내부 보안조치 규정에 대한 숙지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부 당국이 약 5개월간 정보 유출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후 보안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외교부는 국립외교원 해킹 사태 등을 계기로 정보보호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보보호 및 외교정보시스템 구축·운영 예산은 올해 116억원에서 내년 262억원으로 늘었고, 사이버보안 예산은 올해 38억원에서 155억원으로 4배 이상 증액을 요구한 상태다. 예산 확대와 함께 정보 유출을 조기에 탐지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보안 관리 체계와 사후 점검 절차를 구체화할 필요성도 떠오른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중요한 것은 사고를 얼마나 빨리 인지하고 복구할 수 있냐는 것”이라며 “AI(인공지능) 에이전트 등을 활용해 의심스러운 사이트와 이상 징후를 24시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