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검사 시료는 최대 10년간 보관됩니다. 당시 기술로 검출하지 못한 금지약물도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 수년 뒤 다시 찾아낼 수 있어 메달을 딴 뒤에도 도핑 사실이 밝혀질 수 있습니다.”
백병규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사업본부장은 4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도핑 시료의 장기 보관과 재검사 체계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실제 국제 종합경기대회에서는 과거 시료를 재분석해 메달리스트의 도핑 사실을 적발하고 메달과 기록을 박탈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도핑은 경기력 향상을 위한 약물 복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감기약과 진통제, 보충제도 금지 성분이 포함되면 선수 생활을 위협할 수 있다. 백 본부장은 “도핑검사는 언제 어디서나 이뤄진다”며 검사 체계와 주의사항을 짚었다.
검사는 소변과 혈액으로 이뤄진다. 백 본부장은 “소변검사로는 흥분제와 마약, 이뇨제·은폐제, 베타-2 작용제, 스테로이드 등 대부분의 금지약물을 검출한다”고 설명했다. 혈액검사는 에리스로포이에틴(EPO)과 성장호르몬 등 펩타이드 호르몬, 수혈을 통한 혈액도핑 등을 확인하는 데 활용된다. ABP는 혈액학적 지표를 장기간 추적해 평소와 다른 변화를 포착한다.
약물의 금지 여부는 성분과 검출 농도에 따라 달라진다. 감기약에 들어가는 슈도에페드린은 소변 검출 농도가 150㎍/㎖를 초과하면 경기 중 사용이 제한된다. 에페드린과 메틸에페드린도 각각 10㎍/㎖를 초과하면 사용이 금지된다. 모르핀·펜타닐·옥시코돈·트라마돌 등 마약성 진통제 역시 경기 중 금지된다. 반면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 계열 진통제는 금지목록에 없다. 백 본부장은 “보충제는 의약품이 아니어서 오염이나 라벨 오기재, ‘선수용’ 허위 표시 등의 사례가 많다”며 “약물이나 보충제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치료를 위해 금지약물을 사용해야 한다면 치료목적사용면책(TUE)을 받아야 한다. 만성질환 등으로 약물치료를 지속하는 선수는 대회 전 KADA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백 본부장은 “국가도핑방지기구나 국제경기연맹이 승인한 TUE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별도 재심사 없이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대회 중 발생한 질병은 국제검사기구(ITA)에 신청할 수 있으며 응급 상황에서는 사후 소급 신청도 가능하다. 약물 복용 전에는 글로벌 의약품 도핑검색 데이터베이스(글로벌DRO)나 KADA를 통해 금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백 본부장은 “최종적인 책임은 선수 본인에게 있는 만큼 스스로 금지목록을 확인하고 필요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비정상 분석결과가 나오면 선수에게 통지하고 B시료 분석 요청권과 소명 기회를 보장한다. 위반 혐의가 통지된 선수는 독립적인 제재위원회에 청문을 요청할 수 있고 결정에 불복하면 항소도 가능하다.
시료는 선수의 신원을 알 수 없도록 코드로 관리하고 고유번호가 부여된 봉인장치로 밀봉한다. 백 본부장은 “시료의 보관과 이동에서 핵심은 무결성”이라며 “채취부터 봉인, 운송까지 전 과정을 시료보관전달체계서(COC)에 남겨 관리한다”고 덧붙였다.